'전술핵'은 '저승행' 열차

종전을 바라며

by 천세곡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선전에 밀려 패색이 짙어진 러시아가 핵무기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을 언급한 것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심각하고 급박하다.


전쟁이 발발된 후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로 인해 전쟁은 점점 길어졌다. 9월에 접어들어 대반격에 성공한 우크라이나는 주요 요충지를 탈환해냈고, 이로 인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얼마나 러시아가 수세에 몰려 있는지는 최근 동향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려 강제 징집에 나섰다. 이렇게 예비군을 모집할 정도라면 이미 병력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규병력으로도 승기를 잡지 못했는데 훈련도 제대로 안 된 예비전력으로 전세를 역전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를 보면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이라는 타이틀도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이런 오명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왜 이 전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이 원래 힘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다 쓰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는 처음부터 이 전쟁의 승패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통째로 점령하는 것은 적어도 그들의 관심사는 아닌 듯하다. 적당히 굴복시켜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진영의 편에 서는 것을 막고, 자신들에게만 귀속되어 마치 옛 소련의 위성국가처럼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의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가 계속 승기를 잡아가는 지금의 형국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은 채 전쟁마저 패배하게 된다면 푸틴은 설 곳을 잃게 된다. 권력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그의 목숨마저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푸틴은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지역에 대해 러시아 자국 영토로의 강제 합병 선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선을 넘기 위한 밑 작업, 바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빌드업인 것이다.


푸틴에게 이 전쟁은 자신의 정치 생명은 물론 진짜 생명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걸린 중요한 싸움이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려고 할 것이다. 궁지에 몰린 지금, 그가 쓸 수 있는 카드가 핵 말고는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눈치챈 미국 역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조금씩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무리 전략핵 대비 위력이 작은 전술핵일지라도 러시아가 사용하게 되는 순간, 미국의 참전은 불가피하므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푸틴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영토보전이 위협받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고 이것은 허세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가 최근 합병한 4개 지역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공격해 온다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엄포와 다름없다.


전술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당장의 피해도 피해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가져올 커다란 후폭풍에 있다. 앞으로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전술핵을 사용하려 들 것이다.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가 했던 방식을 답습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므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너도 나도 핵카드를 꺼내 들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말이 '전술핵'이지 온 인류가 '저승행' 열차에 탑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속 이야기면 좋으련만 현재 우리는 실제로 핵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의 행보에 전 세계인의 미래가 달려있다. 만일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고 미국까지 핵무기를 꺼내 들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지구상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삭제되는 것은 물론 인류 전체가 포맷될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인간이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푸틴의 말이 '허세'로 끝나길, 하루라도 빨리 종전의 그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3차 세계대전이 어떤 무기로 치러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4차 세계대전은 아마도 몽둥이와 돌을 가지고 싸우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news1.kr/articles/4822573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2074100009?input=1195m


https://www.fnnews.com/news/20220921161114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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