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어떤 직위나 위치에 가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말 그 자리에 가기만 하면 저절로 그에 맞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이 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 갔을 때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늘어난 권한만큼 실력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사람과 일을 하게 되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가 높은 지위와 힘을 가진 자라면 더욱 그렇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만큼 제 몫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안 그래도 업무가 힘든데 이런 상사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한마디로 직장생활 꼬이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어쩌면 사람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에 기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렇지만, 분명 자리가 저 사람을 바꿔줄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람이란 잘 변하지 않는다. 어느 자리든 원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지, 못하던 것을 하루아침에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매우 드물긴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포텐이 터져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이 신의 한 수가 되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리로 인해 없던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 원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이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맹신을 버리고 그럴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자리에 앉혀야 한다. 왜 많은 기업들이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철저한 인터뷰와 평판 조사를 거치며, 국가에서 고위 공직자의 임명을 앞두고 엄격한 청문회를 하겠는가. 그 자리에 오를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리의 종류만큼이나 요구되는 자격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있다면 '질문할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을 하나씩 찾아낼 때 비로소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특정 자리에 꼭 맞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겸손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성장해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