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

누구를 위한 카카오인가?

by 천세곡

평소와 달리 문자함에 여러 메시지들이 쌓여있었다. 오늘따라 광고 문자가 많이 온건가? 해서 열어보았더니 익숙하게 저장된 이름들에게 온 것이었다. 그제야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먹통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톡 먹통으로 인한 고요함이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이미 카톡은 업무 메신저가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원치 않게 초대된 단톡방에서의 소모전도 할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 퇴근 이후 업무 카톡으로 꽤나 시달려 본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고요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몇 분 정도 지나면 금방 복구되려니 했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뉴스를 보고 나서였다.


데이터센터의 화재가 원인이기 때문에 복구가 언제쯤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카톡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은 죄다 먹통이었다. 하나가 마비되니 다른 서비스들도 도미노처럼 쓰러져 정지되어 버렸다.


카톡 마비는 '대한민국의 마비'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 형태로 우리 삶에 방대하게 퍼져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계정으로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편리함이었다. 그런데 그 편리함은 이번 일로 완벽한 불편함이 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이 플랫폼에 생계가 달려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닌 카카오로 통하다 보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계활동에 이를 활용해 왔었다. 고요함이 나에게나 잠깐의 편안함이었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어려움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오늘 새벽이 되어서야 대부분의 기능들이 복구되었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일부 복구된 서비스들도 불안한 상태다. 복구가 늦어짐에 따라 사람들의 불안은 점차 분노로 변해 버렸다. 데이터센터의 불은 진압되었지만,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속 불은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카카오가 그동안 데이터 서버 관리를 규모에 맞지 않게 허술하게 해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곳에 서버를 두고 있음에도 네이버는 복구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역시 백업 서버만이라도 미리 잘 준비했다면 피해를 지금보다는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한 곳에 데이터 서버를 집중시켜 놓았는가? 비상시임에도 백업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구도 복구지만, 이에 대해 분명하게 답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라면 당연히 대비해 놓았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을 놓쳤으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고객의 편의'가 아닌 '자신들의 편의'와 '비용절감'만을 우선으로 운영해왔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일로 카카오 경영진들의 실상을 알게 되어 더 크게 실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힘써 주었으면 한다.


최근 몇 년간 카카오가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누구를 위한 카카오인가? 고객이 없다면 자신들도 존재할 수 없다.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충분한 피해보상을 통해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되고, 우리는 카톡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뭉쳐왔었다. 앞으로도 고객관리와 서비스, 데이터 관리 및 후속 처리가 계속 실망스럽다면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에서 탈출하고 말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살 수 있다'는 오명이 생기지 않기를.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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