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벌어진 레고랜드 사태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레고를 밟았을 때의 느낌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작 장난감 따위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발바닥부터 시작된 통증은 대뇌 전두엽까지 전달되어 극강의 괴로움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 하나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런데 정말 그 레고가 지금 한국 경제를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레고랜드는 그동안 여러 악재에 계속 시달려왔다. 초반에는 무리한 조성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공사가 시작된 후에도 선사시대 유물이 발견되는 바람에 난항을 겪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져 공사는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공사의 진행이 늦춰질수록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채권을 통해 2,05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증을 선 곳은 당연히 강원도였다.
그런데 지난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지급 보증을 포기하고 회생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해 버린다. 사실상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이 부도가 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신뢰가 기본인데 국가에서 보증하는 채권조차 믿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 여파는 매우 컸다. 일반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는지 김지사는 다시금 보증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정정 발표했고 정부도 긴급자금 50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사와 증권사, 투자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불신감과 불안감은 줄어들기는커녕 공포감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정당 소속의 전임 도지사가 시작한 사업인데다가 적지 않은 부채를 부담해야만 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다시 갚겠다고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재정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임 도지사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아니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를 위해서 한 발언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입장에 입각한 '반대를 위한 반대'로써 한 발언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그가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나랏돈 50조 원을 추가로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은 당연히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안 그래도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그런 부담까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김지사의 말 한마디가 폭탄 발언을 넘어 진짜 폭탄이 되어버렸다. 한 나라의 지도자나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하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는 결국 국민들을 큰 위기 상황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도지사의 말 한마디는 강원도를 넘어 한반도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지는 못할 망정 한 마디의 말로 천냥을 더 빚져서는 안 된다. 뉴스 영상의 제목처럼 레고 조각 밟은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한국 경제가 레고 랜드 사태에 짓밟히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https://youtu.be/foTuohyMa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