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더 나은 생각들로 바꿔주리라는 믿음

by 천세곡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온갖 공상과 잡념들 때문에 비록 몸은 편히 있을지라도 머릿속은 조금도 쉬지 못한다.


출근을 하지 않는 휴일에는 거의 늦잠을 잔다. 체력이 약한 편이기도 하고, 워낙 아침잠도 많아 평일에 못 잔 잠을 몰아서 잔다. 이렇게 늦잠을 잔 날은 당연히 하루가 순삭 된다. 잠시 멍해지면서 내가 오늘 뭐했나 싶다.


늦게라도 이것저것 해보려고 어수선을 떨어 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이럴 때 청소라도 하면 좋을 텐데 업무에 시달린 주에는 청소조차 하기가 싫다. 이럴 때는 그냥 소파에서 쉬는 게 답이다.


몸은 소파에 기대어 있지만 머릿속은 영 쉬지를 못한다. 갑자기 사야 되는 물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연락 안 한지 오래된 사람들이 뜬금없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중에는 온 우주의 앞날을 걱정한 데까지 이르게 된다. 이쯤 되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많은 생각들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도움이 된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서 엮어내다 보면 글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이 대부분 쓸모가 없을 때가 더 많지만 간혹 어떤 것들은 좋은 글감이 되어준다. 다만,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내가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글쓰기를 쉼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글쓰기는 쉼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노동에 가깝다. 생각들 가운데서 무엇을 쓸까 생각하고, 어떻게 써 내려갈까 생각하고, 쓰고 나면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생각하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관심이 없던 곳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이 있던 곳에는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전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글로 펼쳐냈을 때,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공감하며 다가올 때 그 지점에서 예전과 달리 조금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어쩌면 글쓰기는 많은 생각으로 힘든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덜어 주거나 멈추도록 도와주기는커녕 더 많은 생각들에 사로잡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것은 '많은 생각'들을 줄여주지는 못하지만 '더 나은 생각'들로 바꿔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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