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필이 좋다.

by 천세곡

수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전적 정의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꾸밀 것도 없고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쓰면 된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써내면 그만이다.


이곳에서 내가 쓰는 글들도 수필이라고 볼 수 있다. 수필이라는 말이 참 좋다. 왠지 친근해서 마음에 든다. 오래된 노트에 연필로 낙서하듯이 자유롭게 써내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아서 처음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장르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장르이지만, 그렇다고 무질서하지는 않다. 나의 생각을 관찰하고, 그것을 글자로 표현해 가는 가운데 정제의 과정을 거친다. 어떤 단어가 좋을까 고민하다 보면 거칠었던 생각이 다듬어진다.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고 문장들이 모여 문단이 채워질 때쯤이면 산만했던 마음이 어느덧 정돈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수필은 '나의 이야기'다. 쓰면 쓸수록 물랐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한 걸음 물러나 나를 바라보며 관조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나의 삶이 스며든 한 편의 수필은 온전한 나의 서사이고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준다.


또한 수필은 '너의 이야기'도 된다. 쓰다 보면 나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남을 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내면과 사고는 더 확장되고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편견으로 얼룩져 있던 창문이 점점 투명해지고 밝아진다.


그리고 수필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나아가게 된다. 나와 너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우리의 생각을 이어 주기 때문이다. 마치 직접 편지라도 주고받는 것처럼 소통하게 된다. 수필이야 말로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수필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들로 수를 놓고 있다. 수필은 나를 나답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면서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대중성 있는 글인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문학이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현실 속에서도 수필은 당분간 건재할 것이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사람 냄새가 가득한 수필이 나는 좋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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