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물었다.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말이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지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보너스를 받거나 승진한 것도 아니다. 열심히 부은 청약이 당첨이 된 것도 아니다. 갑작스레 로또라는 벼락을 맞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우리의 하루는 평범했다. 매일 각자의 일터에서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여느 집처럼 집안일하기에 바빴다. 얼굴을 마주할 새도 없이 잠깐 숨 좀 돌리면 곧 자야 할 시간이다.
다른 맞벌이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행한 인생까지는 아니지만, 행복이라 부를만한 삶의 모습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내도 나의 대답이 예상 밖이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다시 묻는다.
나는 아내의 질문에 지금의 나와 당신의 모습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원래 행복 따위를 묻는 종류의 질문을 매우 낯간지러워하는 편이지만 신기하게도 전과 달리 대답이 쉽게 나오고 있었다.
사실 정말 그랬다.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전에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소소한 일들이 일상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는 것,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등이 그러했다. 아내와 함께 하는 것들은 일상의 한 구석을 채워주고 있었다. 살다 보면,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관계의 균열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시간들이 빈 틈을 제법 단단하게 메워주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은 일들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들로 만들어 준 것 같다. 이러한 삶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기 좋다.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때가 과거가 아니고 지금이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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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둘이서 함께하는 폭죽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