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최고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라스트 댄스

by 천세곡

최근 가장 인상 깊은 단어는 라스트 댄스이다. 월드컵이 한창일 무렵 뉴스나 기사에서 소위 레전드급 선수들을 언급할 때마다 수식어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 모드리치의 라스트 댄스, 호나우두의 라스트 댄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올해 월드컵에는 유독 은퇴를 앞두고 출전한 선수들이 많았던 탓에 더욱 자주 쓰인 듯하다.


라스트 댄스는 직역하면 마지막 춤이다. 원래 미국 학생들이 졸업식 파티 때 춤을 빌미로 마지막 데이트 신청을 했던 것에서 유래한 일종의 은어였다. 이 표현이 스포츠 선수들에게 쓰이면서 마지막 활약, 마지막 우승 도전 등을 뜻하는 은유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쓰이면서 더 알려지게 되었다. 배경이 되는 NBA 97-98 시즌 당시 시카고 불스는 최강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즌을 마지막으로 주요 선수들과 감독은 은퇴하거나 혹은 팀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함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에 간절함은 남달랐을 것이다. 이는 시카고 불스의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준 이들이 선수들이었다면, 마지막임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응원한 사람들은 바로 팬들이었다.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매 경기를 마치 녹화하듯이 가슴속에 새기며 봤을 것이다. 어쩌면 이 마지막 춤은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이 함께 추는 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시카고 불스는 라스트 댄스와 함께 우승을 이뤄낸다.


스타를 향한 팬들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종목에 상관없이 식을 줄 모르고 뜨겁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이 초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비록 은퇴를 앞두고 있어 기량이 예전보다 못할지라도 여전히 최고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라스트 댄스를 외쳤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라스트 댄스라는 말은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을 위한 표현이기도 하다. 오히려 팬들의 바람이 더 강렬하게 반영된 것에 가깝다. 팬으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꼭 붙잡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스타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온 그들이기에 마지막까지 최고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가 마지막을 더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Photo by Jan Antonin Kola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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