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설과 음력설
설이라는 명절은 참 특이하다. 같은 가절을 두 번이나 지키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정과세를 하겠지만 신정과세하는 집들도 더러 있다. 또한 신정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니 사실상 설날이 두 번이다.
설날을 두 번 쇠게 된 이유에는 역사적인 아픔이 있다. 을미개혁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세시풍속을 계속 음력으로 지내 왔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부터 새해 첫날인 양력 1월 1일을 설 명절로 지키라는 강요를 받았고, 그때부터 구정과 신정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그 뒤로 여러 개정을 거쳐 공휴일이 신정은 하루, 구정은 삼일로 정해졌고 현재에 이르렀다. 연휴가 된 것만 보아도 명절로서의 지위는 구정이 더 확고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세고 있으니 양력 1월 1일도 중요하다.
설날이 두 번이어서 좋은 점은 당연히 하루라도 더 쉴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이들 공감하듯이 해마다 공휴일이 얼마나 되느냐는 특히 직장인들에게 엄청 중요하다. 오죽하면 새해 달력을 처음 받으면 빨간 날부터 세어보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추석도 신추, 구추로 나눠 두 번 쉬고 싶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앞두고 여러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영어공부, 운동, 금연 등 자신들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이전 해에 이루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올해는 반드시 해내리라며 호기롭게 출발하였지만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다.
물론, 계획이라는 것이 꼭 새해에만 세우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마음을 다잡는 데 있어서 새해라는 특정 시점만큼 좋은 날도 없다. 새해가 주는 강력한 힘과 강렬한 이미지만큼이나 실패했을 때 입는 데미지도 매우 크다. 계획이 불과 며칠 만에 와르르 무너졌을 때 더 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의지를 다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 진짜 필요한 건 역시 새해다. 신정을 지나 찾아오는 두 번째 설날인 구정을 통해 우리는 새해 첫날을 두 번 맞이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미 무너져버린 계획들을 보수하고 다시 세울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해 준다.
더 쉴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재차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 2회 차는 살지 못하지만, 새해는 매년 2번씩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설날이 두 번이어서 참 다행이다. 다시 새해를 맞이한 지금, 또다시 시작하면 될 테니.
Photo by Aziz Acharki on Unsplash
사진: 해가 떠오르는 아침 추는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