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로 향하는 길

by 천세곡

나는 퇴근만을 기다린다. 출근 도장을 찍는 그 순간부터 아니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시점부터 오직 퇴근, 그것만을 갈망한다. 몸만 사무실 책상에 붙어 있을 뿐 머릿속은 온통 퇴근 생각뿐이다.


퇴근을 하면 오늘 하루도 잘 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집에 돌아오면 잔뜩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이완되고 마음도 한결 느슨해진다. 소소한 일들이 나를 반기긴 하지만 일단은 접어둔 채 최선을 다해 몸을 소파에 깊이 심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파 쿠션 저 아래로 더 깊이 뿌리내려본다. 종일 사람들과 업무에 시달리느라, '나'이지만 '온전한 나'는 아니었던 모습들을 훌훌 벗어던진다. 이제부터는 나만의 호흡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불규칙하게 몰아 쉬던 호흡이 정돈될 때쯤, 비로소 내가 잠시 멈춰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을 숨 가쁘게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기 때문일 테지. 하루의 쉼표가 새겨지는 바로 이 순간 말이다.


불편했던 마음들, 너무 애쓰려 했던 마음들을 걷어내 보면 고요함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숨을 고르다 보면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이지만 몇 걸음 더 걷고 싶어 진다. 보내기 아쉬운 이 밤을 잡아보려 소파에 묻힌 몸을 끄집어낸다.


잠깐의 쉼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미 자정을 지나 오늘이 아닌 내일이 되었지만, 노트북을 열었다. 쉼표를 찍었으니 이제 마침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볼까. 밤이 늦도록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의 반짝임을 재촉하는 이유이다.


내일도 나는 퇴근만을 기다릴 것이다. 지금의 순간을 또 갈망할 것이다. 마지막 문장이 끝나는 그곳. 나의 하루와 글이 만나 쉼표를 지나 마침표로 향하는 길. 순례자처럼 매일을 이렇게 살아내고 싶다.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사진: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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