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환기가 필요하다.

by 천세곡

며칠 동안 계속해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먼지에 예민한 나는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조차도 제대로 환기를 하지 못하고 지냈다.


오늘 아침, 동료가 창문을 여는 것을 보고 그제야 공기가 좋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 출입문까지 활짝 열어 놓으니 실내가 시원한 바람으로 가득해졌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까지 더해져 묵은 때가 벗겨지듯 답답했던 기분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미세먼지가 심해 답답할 때는 공기청정기를 풀가동한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델은 나름 최신형에 용량도 제법 크다. 열심히 돌아가고 있으니 공기가 깨끗해질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실내가 상쾌해지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창문을 꼭꼭 닫아둔 채, 제 아무리 열심히 공청기를 돌려봐야 소용이 없다. 환기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계의 힘만으로는 절대로 청정해지지 않는다. 처음에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 같아도 환기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결국 죽은 공기가 되어 갑갑함만 더해질 뿐이다.


오늘처럼, 깨끗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엔 창문을 잠시만 열어두어도 공기가 금세 달라진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실내가 쾌적해진다. 자연의 깨끗한 바람은 기계가 걸러주는 인공적인 공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차원이 다른 진정한 청정함이다.


환기만 잘해주면 애써 공청기를 돌릴 필요도,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을 이유도 없다. 죽은 공기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킬 때 살아 있는 공기로 바뀌게 된다. 생기 있는 시원한 바람은 실내뿐 아니라 마음에까지 들어와 시원한 활력을 선사해 준다.


몸의 호흡뿐 아니라, 마음이 숨 쉬는 공기의 질도 중요하다. 미세먼지를 피해 조금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려 애를 쓰면서도 정작 마음의 환기는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귀찮다는 핑계로 마음을 꼭꼭 닫아둔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낸다면, 죽은 공기와 먼지만 잔뜩 끼어 뿌옇게 되어버린다. 미세먼지가 파란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환기되지 않은 마음은 영혼을 가리운다. 결국 일상은 회색빛으로만 가득해지고 만다.


마음속 먼지를 털어내려면 정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가끔씩이라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안에 있는 죽은 공기들을 내보내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 때에만 묵은 공기를 내보낼 수 있고 새로운 바람이 들어올 수 있다. 신선한 바람은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환기의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든, 음악을 듣는 것이든, 여행을 가는 것이든, 기도를 하는 것이든 중요한 것은 각자의 마음을 깨끗하고 생기 있게 유지해 내는 것이다. 청정하고 생기 있는 마음이야말로 하루를 살아가는 활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Photo by Tim Hüf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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