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봄이다.

by 천세곡

봄은 글쓰기와 많이 닮아있다. 굳은 땅 위로 새싹을 틔워내는 것처럼, 단단한 마음에 틈을 내고 생각을 끄집어내어 적어가는 과정이 참 비슷하다.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계절인 봄처럼, 글은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의 살아남을 경험하게 해 준다.


봄을 좋아한다. 나무에 어린잎이 보이고, 꽃이 피어나 모든 풍경에 생기가 돈다. 무채색이 유채색으로 바뀌는 봄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얼었던 마음도 녹아내린다.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 같은 건 없었다. 어느 계절이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멍해지곤 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하는 게 싫긴 하지만, 딱 잘라 난 이 계절이 좋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이랬던 내가 봄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더 정확히 말해 글쓰기를 시작할 무렵 봄을 좋아한다고 글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생각해 보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주체적인 삶과는 아주 먼 거리에서 그저 흘러왔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했다.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는 삶이었다.


남을 더 배려하기에 이타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아는 없고 타자만 있는 삶은 의미가 없는 듯하다. 이타적인 게 아니라 그냥 이상한 삶일 뿐이다. 내가 있어야 남을 위하는 삶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내 모습은 어쩌면 이기적인 삶에 더 가까워 보일 때도 있다. 좋아하는 것은 더 하려 하고, 하기 싫은 것은 더 하기 싫어한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이타적인 삶이든, 이기적인 삶이든,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삶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삶이 제법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보다 활기 있는 일상이 된 것이다. 사계절 시작이 봄인 것처럼, 글쓰기 역시 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게 해 준 '봄'과 같다.


봄이 와서 좋다. 봄꽃들처럼, 분명하게 나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글쓰기와 꼭 닮은 친구여서 봄이 참 좋다.




Photo by Joel Holla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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