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좌 말고 서식좌

by 천세곡

사람들은 내가 적게 먹을 것이라고 여길 때가 많다. 딱 보기에도 마르고 왜소한 몸 때문에 많이 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내가 먹던 음식이 남아있는 편이기도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적게 먹지 않는다. 오히려 보기보다 많이 먹는다. 사람들이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제대로 먹는 모습을, 아니 끝까지 먹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서이다.


내숭을 떠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먹는 속도가 느리다.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많이.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수저를 내려놓고 마냥 씹어댄다. 곤죽이 다 되어야 목구멍으로 넘기고 그다음 한 술을 뜬다.


이렇게 천천히 먹으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체할 일이 없다. 느리게 먹다 보면 포만감이 빨리 오기 때문에 과식도 피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도 체중관리면에서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천천히 먹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먹을 때야 상관이 없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식사라면 속도가 중요하다.


구내식당에서 사무실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가 그렇다. 많을 때는 족히 1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식판밥이라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메뉴는 아니기 때문에 보통 다들 10분 컷으로 재빨리 해치우곤 한다.


나로서는 토끼만큼이나 빠른 그들을 도무지 따라잡을 자신이 없다. 느리지만 성실한 거북이처럼 한입 한입 나만의 속도로 먹어보지만, 결국 내 양을 다 못 채우고 수저를 내려놓게 된다. 동료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어째 식판 위의 밥보다 눈칫밥을 더 많이 먹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천천히 먹으려 한다. 이렇게 먹으면 식사 시간은 한 끼 때우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몸을 위해 영양분을 보충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여유 있게 먹는 식사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준다. 그 덕분에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몸과 마음에 흡수시키는 이 느낌을 나는 포기할 수가 없다.


사람들의 착각과 달리 나는 결코 적게 먹지 않는다. 적당한 양을 느린 속도로 먹을 뿐이다. 적게 먹는 소식좌가 아니라 천천히 먹는 서식좌이다. 그러니 동료들이여, 정말 괜찮으니 다 드시거든 제발 날 버려두고 가시라.



Photo by Elin Tabith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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