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마음을 쓰면 된다.

by 천세곡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바쁘거나 혹은 아프거나.


바쁘면 쓰고 싶지가 않다. 먹고살 걱정 없이 글만 쓸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엄청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닌데 글 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퇴근 후 자꾸만 이 밤의 끝을 잡고 글을 쓰게 되는 이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쓰면 쓸수록 쌓여가는 글만큼이나 피로도 함께 쌓여간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글을 쓰려면 두 팔까지도 함께 키보드 위에 올려놓아야 하니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나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형벌이 아닐 수 없다.


몸이 아파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아니 쓸 수가 없다. 글쓰기는 고사하고 아픈 몸뚱이 수발들기에 여념이 없다. 일단 아프면 컨디션이 바닥을 친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뉘 것 같은 몸이 되어 버린다. 빨리 낫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질 뿐이다.


그나마 가벼운 감기몸살이나 배탈 정도라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스킬을 시전하면 된다. 다 쓴 치약처럼 쥐어짜면 글감이 나올 때도 더러 있기 때문에 뭐라도 써낼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마음이 아플 때이다.


경험상, 마음이 아프면 가장 쓰기 힘들었고, 또 써지지도 않았다. 관계의 어려움이 생길 때가 더욱 그러했다. 몸이 아플 때처럼 어떻게든 짜내면 그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과의 갈등이 주는 어려움은 짜낼 의지조차 허락해 주는 법이 없었다.


바쁠 때나 아플 때마다 내가 선택한 해결 방법은 그냥 '글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굳이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쓰기 싫은 나, 쓰지 못하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려 했다. 내 안에 있는 나와 맞닿아 연결될 때까지.


한마디로 '마음을 쓰는 것'이다. 분주한 하루를, 그리고 아프거나 상처받은 나 자신을 마음을 다해 바라봐 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다시 쓰고 싶어졌던 것 같다. '마음 씀'은 글쓰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쓰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분명히 찾아온다. 잠깐 멈춰 서서 일상을 돌아보며 나를 돌보는 시간들을 갖는다면, 결국 다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는 그런 나에게 마음을 쓰면 된다.




Photo by Anna Heck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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