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꽃이 아니라, 나무다.

by 천세곡

꽃은 치열하다. 피어나기 위해 뜨거운 태양과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아낸다. 견디고 견뎌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잎은 형형색색 물든다. 만개를 향해 나아가는 꽃은 언제나 칭찬받아 마땅하다.


꽃을 피워내는 것은 나무다. 우리는 이것을 너무 쉽게 잊는다. 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 잠시 잠깐 피고 지는 것에 아쉬워한다. 꽃을 피워낸 나무의 인고와 열심에는 관심이 없고, 꽃들에만 시선을 둘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잠깐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뤄내고 지탱해 주는 것에는 주목하지 못한다. 꽃은 잠시 피었다 지지만, 나무는 언제나 늘 그곳에 있다. 꽃은 없어도 푸르른 나무로써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나무는 성실하다. 땀과 눈물을 거름 삼아 자라나는 청춘처럼, 꽃이 있든 없든 사시사철 온몸을 뜨겁게 달군다. 마디마디 굵어지는 가지 끝에는 평화로운 울창함이 깃든다. 피어나는 것이 믿음직스럽고 진실하기에 지는 것도 아름다운 이유다.


사람도 그렇다. 젊은 날에는 화려하게 피어나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고 각자의 꽃을 피워낸다. 사실 청춘의 날은 그러라고 허락된 시간들일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인생을 관통한다. 봄날의 꽃처럼 우리 젊은 날의 개화기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인생의 낙화는 아쉽고 속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역시 꽃보다는 나무라는 것이다.


꽃을 피우는 때보다 그렇지 않은 시절이 삶의 대부분이다. 인생의 좋은 시간들은 찰나에 스쳐 지나갈지라도 잃은 것은 고작 꽃잎일 뿐, 우리도 나무처럼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어 이곳에 있다.


설령 다시는 꽃피우지 못한다 할지라도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각자의 자리에 단단히 뿌리박은 생이 시시할 리 없다. 외적인 화려함 못지않은 내면의 수려함이 가득할 것이다. 인생이 피든 지든 그 자체로 찬사 받기에 충분하다.



*사진 출처 Photo by Dave Hoef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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