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잊으니 휴일을 잃어버렸다.

by 천세곡

쉬는 날만 되면 기분이 다운되곤 한다. 100%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평일의 내가 그토록 바라던 날이 왔음에도 휴일은 나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휴일에는 가급적 쉬려고 애를 쓴다. 부족했던 잠을 늘어지게 자고, 집안 일도 꼭 필요한 것만 한다.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의 휴일은 오롯이 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주일간 달려온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주도 빠짐없이 매일 바쁜 것은 아니었지만, 성실히 잘 버텨준 나를 알아주고 싶다.


그런데 최대한 열심히 쉬려고 하면 할수록 휴일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히려 출근해서 일에 치이는 날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았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럴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신기하다.


몇 년 전, 무기력증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증상이 여전히 남아있나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희한한 것은 유독 쉬는 날에만 더 그렇다는 것이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맞이하는 새로운 한 주는 지난주보다 좋을 리가 없다.


나름대로는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했다. 휴일이라고 너무 늘어져서 그런가 싶어 운동을 해보기도 했고, 기분 전환하겠다고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보기도 했다. 약속을 잡아 친구를 만나거나 이 마저도 안되면 영화를 한편 보러 가기도 했다.


그것들을 하는 순간에만 잠시 잊혀질 뿐, 가라앉은 마음에 큰 반전은 없었다. 내가 보내고 있는 휴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의 휴일은 나를 살리는 힘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쉴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도 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다. 나에게도 분명히 좋은 쉼을 누렸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아련한 기억 속 저편 어딘가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통 끄집어 내지지가 않는다.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 휴일은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쉼을 되찾고 싶다. 단순히 기계처럼 충전하기 위해서 잠깐 멈춰서는 것이나 한 주간 더 버티기 위한 힘을 얻는 것 말고 내 몸과 마음, 영혼까지 편히 쉴 수 있는 진정한 쉼을.







*사진출처: Photo by Christian Erfurt on Unsplash, Photo by Eduardo Flor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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