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날짜상으로는 봄의 끝자락인 것 같은데, 이미 여름의 한복판에 와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날씨는 어정쩡하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듯하다.
봄이라 하기에는 너무 덥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 평소보다 몇 가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일단, 옷 입는 것부터가 그렇다. 봄인 듯 여름인 듯 스타일링을 해야 한다.
주된 날씨는 '더워'가 맞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여름옷을 먼저 입는다. 하지만 같은 하루 중에도 아침저녁으로 '추워'가 될 때도 있어서 얇은 카디건이나 바람막이를 꼭 챙겨야 한다. 한 마디로 방심하면 ‘거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가 되기 때문이다. 오뉴월 감기는 댕댕이도 안 걸린다 하였으니 가급적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는 향수를 뿌리는 것이다. 향기에 진심인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꼭 향수를 뿌리고 나선다. 대단한 향수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샘플을 포함하여 모은 향수들이 계절 별로 한 두병씩은 된다.
봄에 어울리는 향수를 쓰자니 조금 무거울 것 같고. 여름용 향수를 뿌리자니 너무 가벼울 것 같아 아침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 아침에는 봄의 향수를 살짝 뿌린 다음, 점심때쯤 그 향이 다 사라지면 여름용 향수를 한 번 더 뿌려주는 것이다.
향기라는 것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모든 사람과 공유되는 것이다 보니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서 종류를 택하고 양을 잘 조절해서 뿌려줘야 한다. 맞지 않는 향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악취가 될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지금의 계절에 최대한 맞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정쩡해서 까다로운 날씨지만 탓하기보다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이 미세조정을 하며 오늘 하루를 준비한다. 봄인지 여름인지 애매모호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쯤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긴장감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옷도 향수도, 그것들을 선택하는 나도 '오늘'과 어울려야 한다. 오늘의 햇살, 바람, 습도와 어우러져야 한다. 계절이 비록 변덕스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바로, 지금 이 날에 맞는 일상을 살아내고 싶다.
*사진출처 Photo by Thiha Thet Hto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