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하루살이 때문에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고 예년에도 있던 곤충인데, 환경 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이른 시기에 출현했고 개체수도 훨씬 많아졌다. 바로 이 곤충 덕분에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이 있다.
며칠 전 JTBC의 함민정 기자(이하 함기자)가 몸을 사리지 않는 취재로 화제가 되었다. 일명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 하루살이가 출몰하는 현장에서 보도했는데, 함기자의 온몸에 하루살이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 보아도 기겁을 할 장면이었는데 정작 영상 속 함기자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해당 장면을 촬영 중인 맞은편 카메라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흡사 하루살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화면에 다 담기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장면을 위해 현장에서 수고한 모든 스태프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채 몇 분 되지 않는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랍다 못해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함기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달려드는 하루살이 때문에 NG를 많이 냈다고 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촬영 스탭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함기자의 표정은 무척 침착해 보였다.
영상의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칭찬하고 있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면서 꼭 상이나 보너스를 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온몸에 벌레가 붙은 상황에서 저리도 태연하게 멘트를 해내다니 정신력이 진짜 대단해 보였다.
투철한 기자 정신이 있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정신을 놓아버렸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아있는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있다면 정신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정신이 없어야 감당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동양 하루살이가 인체에 특별히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큰 날개 때문에 징그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거기에 적당히를 모르고 엄청난 규모의 떼로 몰려다니기까지 하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 녀석들에게 정을 붙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동양하루살이는 말 그대로 하루살이과의 곤충이다. 날개 달고 날아다니는 성충은 실제 이름처럼 하루 내지는 단 며칠만을 생존한다. 하루라는 생존 기간에 먹지도 않고 오직 종족 번식을 위해서만 활동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눈앞에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들은 대부분 그들 생에 마지막 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비록,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살이 나름대로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생명의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저리도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든, 오늘도 살아내고 있는 인간이든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비슷하다. 내일이 없기에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내일이 있어도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인생을 빗대어 하루살이라고 한 것은 참 공감이 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하루살이의 생과 우리네 삶은 그만큼 닮아있다. 얼마를 더 살고 못 살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일 것이다.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으로 후회와 괴로움 속에 살기보다는 오늘만 사는 사람인 것처럼 살아보는 것. 주어진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한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힘차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하루살이처럼, 그리고 그 하루살이들 속에서 취재를 위해 몸과 정신을 모두 내던진 기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캡틴 키팅 선생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카르페 디엠!
*사진출처: JTBC 뉴스
*참고자료: 나무위키 검색 "동양 하루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