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기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 아기의 미래를 위해, 부모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매번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글을 익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조사해봤습니다. 모든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좋겠네요.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 한글 교육을 지금 시작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 3세(36개월) 아이에게 한글을 억지로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글 교육에 정답은 없으며 아이 발달에 맞게 천천히 접근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보통 36개월 전후에 아이들이 글자를 그림이 아닌 ‘문자’로 인식하기 시작하지만, 이 시기의 절반 정도 아이들은 여전히 단어를 자음·모음으로 분석하지 않고 통째로 그림 보듯 읽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를 ‘ㅅ-ㅏ-ㄱ-ㅘ’ 소리의 조합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하나의 그림처럼 인식하는 것이죠. 따라서 이 나이에는 “가나다라” 같은 낱글자 암기보다는 ‘사과’, ‘강아지’ 등 친숙한 단어 전체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한글에 흥미를 붙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마다 언어 발달 속도가 다르므로, 옆집 아이가 한글을 떼었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는 한글 교육을 만 5세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만 5세가 넘어야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글씨를 쓸 소근육도 발달한다”며, 그 전까지는 그림책을 통해 어휘를 늘리고 소리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너무 이른 한글 교육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상상력과 창의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결국 36개월은 한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정해진 시기라기보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로 보는 게 맞습니다. 관심이 생기면 놀이로 즐겁게 한글을 접하게 돕고, 아직 흥미가 없다면 무리해서 가르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한글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면,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접근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가 한글 교육의 적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36개월 무렵 아이가 책의 글자와 그림을 구분하고, 길거리 간판을 가리키며 “저건 뭐라고 써있어?” 묻기 시작했다면 한글에 흥미가 생긴 신호입니다. 이럴 때는 학습이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 활동을 통해 글자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와주세요.
일상에서 글자 찾기 놀이: 아이와 산책하거나 마트에 갔을 때 간판, 상품 포장지의 글자를 읽어주세요. “저건 사과라고 쓰여 있네. 사과 그림이랑 똑같지?” 하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주변 글자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글자를 읽어주고 뜻을 알려주는 간단한 놀이만으로도 “글자가 세상을 설명해주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줍니다.
친숙한 단어 카드 놀이: “엄마, 아빠, 아이 이름” 등 아이가 좋아하고 자주 쓰는 낱말카드를 활용해보세요. 그림 옆에 글자가 함께 있는 카드를 보여주면 아이는 그림을 통해 의미를 이해하고 글자를 통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 그림과 글자 카드를 함께 보여주며 소리를 들려주면, 아이는 강아지 그림을 보면서 그 밑에 쓰인 한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처럼 그림과 글자를 짝짓는 통글자 놀이는 아이에게 거부감 없이 글자를 친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석 글자·블록 놀이: 냉장고에 붙이는 한글 자석 글자나 한글 블록 장난감도 좋은 도구입니다. 아이가 놀이 중에 글자 모양을 만지고 옮기면서 놀다 보면 “이건 무슨 글자야?” 하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24개월 무렵부터 집에 이런 한글 장난감이나 포스터를 배치해 두면 아이가 글자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친근감을 갖게 됩니다. 단,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설명해 주되 억지로 “이 글자 읽어봐” 하지 마세요. 글자 모양을 맞추고 붙이는 자체가 재미있는 놀이가 되도록 해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촉감 놀이로 글자 익히기: 아이들은 오감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래나 밀가루 반죽 위에 손가락으로 “ㅇ”이나 “ㅏ” 등을 그려보게 하거나, 색칠놀이로 글자 모양을 꾸며보는 활동을 해보세요. “물감으로 큰 종이에 우리 이름 쓰기”, “모래밭에 글자 그리기”처럼 감각적인 놀이를 하면 글자에 대한 흥미도 높아지고, 글자의 모양도 더 잘 기억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은 아이의 관심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억지로 “공부하라”는 분위기를 주지 말고,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접근하세요. 아이가 한글 놀이를 할 때 칭찬을 아끼지 말고, 억지로 더 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한두 개 글자에 관심을 보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놀이를 마칠 때는 “오늘 ○○(아이 이름)이랑 한글 놀이해서 너무 재미있었어”라며 긍정적인 느낌을 심어주세요.
노래와 동화책은 3세 아이의 한글 학습에 최고의 친구입니다. 억지로 학습지를 풀거나 쓰기를 시키는 것보다, 신나는 동요와 흥미진진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아이는 언어 능력을 쑥쑥 키울 수 있습니다.
"가나다 송” 등 한글 동요 듣기: 영어에 ABC송이 있다면 한국어에는 가나다송이 있죠. 리듬에 맞춰 “가 나 다 라 마 바 사…” 노래를 부르면 아이는 놀이하듯이 한글 자모음의 소리를 귀에 익힐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어린이 앱에서 제공하는 한글 동요나 율동 영상을 함께 따라 해보세요. 예를 들어 핑크퐁, 키즈챔프 등의 채널에는 한글 노래와 율동 콘텐츠가 많습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글자를 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하니, 아이가 음악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글자 모양을 접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억지로 교육 목적으로 틀기보다는 차 타고 갈 때 흥얼흥얼, 놀면서 율동하며 즐기는 것이 좋아요.
그림책 읽어주기: 매일 그림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3세 전후의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어휘력과 언어이해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문해력 발달의 기초입니다. 이 시기에는 글자를 직접 가르치기보다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책을 읽다 아이가 페이지의 글자를 가리키면, 그때 “여기 ‘사과’라고 쓰여있네. 사과 그림이 있지?” 하며 자연스럽게 짚어주세요. 아직 글자를 몰라도 부모의 낭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는 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음엔 어떻게 됐을까?” 질문하며 상상하도록 유도하면 언어 감각과 사고력이 함께 발달합니다.
반복되는 말이 있는 책 활용: 운율이나 반복이 있는 동화책은 아이가 소리를 따라하고 글자에 흥미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의성어·의태어가 반복되거나 “○○가 방긋방긋 웃었어요”처럼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는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 말하며 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소리와 글자를 연결해 보여줄 수 있어요.
이름과 글자 연결하기: 책을 읽을 때 아이 이름이 나오면 “여기 ○○ 이름이 있네!” 하며 짚어주세요. 또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예: 뽀로로, 타요)이 책이나 장난감에 쓰여 있다면 손가락으로 따라 짚으며 읽어보세요. 자신과 관련된 글자를 보면 아이들은 특히 신기해하고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동요와 책 읽기는 한글 교육이라기보다 언어 놀이입니다. 글자를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부모와 함께 노래 부르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소리 낼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지면 결국 한글을 배울 준비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이해하고 다양한 단어를 익히는 것이 선행되면, 나중에 글자를 배울 때도 훨씬 수월합니다. 무엇보다 노래와 독서 습관을 통해 아이가 언어를 즐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한글 학습의 가장 탄탄한 기반이 됩니다.
집에서 즐겁게 한글 공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교구와 앱을 적절히 활용해보세요.
3세 아이에게 맞는 도구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한글 놀이 교구: 앞서 언급한 낱말카드나 자석 글자, 한글 퍼즐 등이 대표적입니다. 카드나 퍼즐로 놀면 아이는 놀잇감처럼 글자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모양을 익힙니다. 예를 들어 동물 그림 옆에 이름이 쓰인 한글 카드 세트를 주고 “우리 ○○가 좋아하는 동물 찾아볼까?” 하며 같이 놀 수 있어요. 혹은 한글 포스터를 아이 방 벽에 붙여두고, 아이가 물어볼 때마다 하나씩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 안 환경에 글자가 보이는 책, 포스터, 카드 등을 두면 아이는 놀이 중에 한글과 자주 만나게 되어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중요한 점은, 교구를 이용할 때도 아이 주도로 놀게 두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카드를 넘겨보고, 글자 블록을 조립해보면서 흥미를 느끼도록 지켜봐 주세요.
한글 교육 앱: 요즘은 유아를 위한 한글 앱도 잘 나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교육용 앱을 부모 지도하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달달한글’ 같은 앱은 자음과 모음을 따라 쓰고 게임으로 익히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 한글을 접하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또 ‘링고애니 – 첫 한글놀이’ 앱은 3~5세용으로 만들어진 한글 놀이 앱으로, 하루 20분 애니메이션 동화를 보고 단어 맞추기 게임 등을 하며 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앱들은 소리와 그림 효과가 풍부해 아이의 관심을 끌고, 놀이를 통해 반복적으로 자모음을 접하게 해줍니다. 단, 화면을 보는 시간은 하루 20분 내외로 제한하고, 반드시 부모가 함께하며 “이 글자가 ‘가’구나!”, “○○가 방금 ‘사’ 누른 거야?” 하고 대화해 주세요. 수동적으로 영상만 보는 것은 피하고, 아이가 인터랙티브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앱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TV/영상 콘텐츠: 교육용 TV 프로그램도 도움이 됩니다. EBS의 〈한글이 야호〉 같은 프로그램은 동요와 이야기로 한글의 기본 소리와 글자 원리를 가르쳐주며, 부모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습니다. 다만 3세 아이는 텔레비전 영상을 오래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짧은 세션으로 보여주고 같이 따라하는 정도로 활용하세요.
교구와 앱은 부모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절대 아이에게 혼자 앱이나 교구를 쥐여주고 “공부해” 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놀이 도구를 갖고 놀면서 칭찬과 관심을 주고,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확대해 주세요. 예를 들어 자석 글자로 “엄마”를 만들며 놀다가 아이가 “아!” 소리를 재미있어하면, 앱에서도 ‘아’ 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함께 눌러보는 식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매체를 연계해주면 아이가 한글을 더욱 재미있게 느낄 거예요.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 이름을 따라 쓰게 해봐도 될까요?” 궁금해하시는데, 36개월에는 쓰기 교육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아직 소근육 발달이 미완성이라 연필을 제대로 잡고 섬세하게 쓰기가 어렵습니다. 무리하게 따라쓰기를 시키면 글자 모양은 익히기 전에 손에 힘부터 빠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도 “만 5세가 넘어야 글씨를 쓸 손힘이 생긴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3세 아이에게는 글자 쓰기보다 “소리 익히기”와 “모양 보기”에 집중하세요. 우선 아이가 자음과 모음 소리를 구분하고 흉내 내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ㄱ은 ‘그’ 소리야. ㄴ은 ‘느’ 소리” 하며 발음 놀이를 합니다. 아이 이름의 첫 소리, 좋아하는 과일 이름의 소리를 함께 말해보며 한글 소리에 친숙해지기만 해도 훌륭합니다. 글자를 보고 바로 읽지 못해도 “멍멍 시작하는 소리 뭐지? 마!” 이렇게 첫 소리를 알아맞히는 놀이를 하면 음운 인식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런 파닉스(phonics)식 접근은 훗날 읽기 속도를 높이고, 아이가 글자를 배울 때 혼동을 덜 느끼게 해줍니다.
쓰기 연습은 서서히, 즐겁게 도입하면 됩니다. 먼저 두뇌 발달 측면에서, 아이가 글자 쓰기를 배우려면 선을 긋고 도형을 그리는 전조작 능력도 필요합니다. 곧장 공책에 글씨를 쓰기보다, 크레파스로 낙서, 색연필로 선 긋기, 스티커 붙이기 등으로 손동작을 충분히 연습하세요. 아이가 동그라미나 십자선을 그리기 좋아한다면 칭찬해주고, 놀이로 점선 잇기 그림책 등을 해봐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스스로 “엄마, ○○(자기 이름) 어떻게 써?” 묻는다면, 그때 간단한 점선 따라쓰기나 큰 글자 따라쓰기를 도와주세요. 이때도 완벽하게 쓰는 것보다 재미있게 써보는 경험을 주는 게 목표입니다. 삐뚤빼뚤해도 “와, ○○ 이름 썼네! 대단하다!” 하고 격려하면 아이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쓰기를 가르칠 때 유념할 점은, 한글은 단순 암기가 아닌 소리와 원리의 이해가 필요한 문자라는 것입니다
. ‘ㄱ, ㄴ, ㄷ…’을 순서대로 외워 쓰게 하기보다는, 모음과 자음의 조합 원리를 놀이 속에서 깨치게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모음 ‘ㅏ, ㅑ, ㅓ…’ 등 10개 기본 모음을 노래와 율동으로 먼저 익히고 나서 자음을 하나씩 알려주면, 자음 하나마다 10개의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지니 아이가 신기해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리의 조합 이라는 관점을 알려주면 나중에 받침 있는 글자나 복잡한 글자도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편안한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가르쳐야 하나?” 조바심 내기보다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즐겁게 한글을 접하게 해 주세요. 한글 교육의 목표는 우리 아이가 글자를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돕는 것입니다.
36개월 아이와는 놀이, 노래, 대화, 책읽기를 통해 충분히 한글의 씨앗을 뿌릴 수 있으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며 아이와 함께해 보세요. 부모가 웃는 얼굴로 한글을 즐길 때, 아이도 한글을 긍정적이고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