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기의 훈육, '안돼'라고 하는 게 맞는지

by 박제

한없이 귀엽던 아이가 4살 무렵이 되면, 이른바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고, 원하는 것을 못 얻게 되면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불고 떼쓰는 일이 잦아지죠. 부모는 최대한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고 싶지만, 부모도 힘들어지면서 점점 단호하게 “안 돼!”라고 해야 할 순간도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계를 정해주며 훈육하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좋은 일일까요? 많은 부모들이 사랑과 훈육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장난감을 사 달라고 떼쓰는 4살 아이의 모습은 많은 부모들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입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우는 아이 앞에서 부모는 당황하지만, 이런 순간에 일관된 훈육이 중요합니다. 일단 “오늘은 장난감 사지 않는다”고 했다면 끝까지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장난감을 다 사줄 수 없고, 갖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리는 법도 아이가 차차 배워야 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통해 아이는 비로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구나 하고 세상의 질서를 배웁니다.


'안돼'라고 말하는 게 왜 필요할까?


훈육의 시작은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고, 참아야 하는 것도 있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데 있습니다. 4살 무렵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매사 “내가 할래!” 하는 자율성이 폭발하지만, 동시에 아직 자기조절 능력은 미숙한 단계입니다. 그래서 더욱 부모가 정해주는 한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분명한 규칙과 경계가 있을 때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고 성장에 도움을 받습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일관된 규칙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기통제력과 정서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불안 수준도 더 낮았다고 합니다. 반대로 경계가 없이 자라는 아이는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불안감을 느끼기 쉽고, 다른 사람의 한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안돼”라는 한마디로 대표되는 경계교육은 아이의 정서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발달적으로 꼭 필요한 과정인 것이죠.

물론 무조건 금지의 의미로 “안 돼!”만 남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4세 아이에게는 안전 문제 등 꼭 지켜야 할 일에 대해서는 부모가 단호하게 “안 된다”고 가르치고, 그 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허용해 주는 식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면 짧게 이유를 설명해주고 단호하게 못하게 해야 합니다. 반대로 해도 되는 일이라면 “그래, 해보자” 하고 빨리 허용해 주는 것이 좋지요. 이러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통해 아이는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고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체벌이 아닌 훈육: 단호하지만 안전하게


많은 부모들이 훈육(discipline)과 처벌(punishment)을 혼동합니다. 처벌은 규칙을 어긴 아이를 혼내고 고통이나 두려움을 줘서 억지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고, 훈육은 아이가 옳고 그름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즉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고, 감정적인 벌은 아이를 그 순간 제압할 뿐 왜 잘못되었는지 배우게 하지는 못합니다.

부모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을 하면 아이는 순간 위축되어 말을 듣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두려움과 분노를 쌓습니다. 이러한 공포 기반의 훈육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불안만 높이고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 역시 “훈육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지 그저 무섭게 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지나치게 무섭게 혼을 내면 아이는 오히려 통제가 더 어려운 아이가 되거나 모든 상황에서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요. 따라서 훈육할 때 부모의 태도는 분명하지만 차분하게여야 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잘못된 행동은 잘못됐다고 알려주되, 아이의 정서적 안전감은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너무 봐주는 부모, 아이는 괴롭다?


한편으로 “야단치는 건 아이에게 상처”라며 아예 규칙을 느슨하게 하거나 “안돼”를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과도하게 허용적인 육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계 없이 자란 아이는 자기 힘으로 어려움을 견디는 법을 배우지 못해 더 불안을 느끼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 앞의 모든 불편한 돌부리를 치워주면, 아이는 훗날 사회에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을 견뎌내기 힘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과학적 연구들도 일관성 없는, 지나치게 관대한 양육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부모가 훈육에서 일관성을 잃고 늘 아이 뜻대로만 해주면,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과 책임감 발달이 저해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규칙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공격적 행동이나 문제 행동을 보일 위험도 높아집니다. 실제로 허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래보다 공격성과 반항 행동이 많았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습니다. 결국 “해도 된다”는 말만 있고 “안 된다"는 말이 없는 환경에서는, 아이가 겉으로는 자유로운 듯 보여도 내면의 안정감과 규범 의식은 충분히 자라기 어렵습니다.


4살 아이를 위한 긍정적인 훈육법


그렇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아이를 가르치는 훈육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래에 존중과 사랑을 담은 효과적인 훈육 전략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일관된 규칙 세우기: 아이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했다면 꼭 지킵니다. 한 번 “안 된다”고 한 일은 다음에도 안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허용해주기로 한 약속은 지켜주세요. 처음에 안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떼를 쓰면 통한다고 배우게 되므로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의 기준이 일정해야 아이도 혼란스럽지 않고 안정된 마음으로 규칙을 받아들입니다.


체벌 대신 단호한 한마디: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때리거나 소리치지 말고, 단호한 표정과 말 한마디로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지금 한 행동은 옳지 않아. 이유는 이러이러해”라고 짧게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길게 혼내면 집중하지 못하므로, 짧고 명확한 훈계가 효과적입니다. 부모의 실망한 표정과 단호한 어조를 접하면 아이는 감정적 상처 없이도 자신이 어디에서 잘못했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결과 경험하기: 훈육은 꼭 벌을 동반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아이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면 그 장난감은 당분간 치워두고 갖고 놀 수 없게 합니다. 밥을 안 먹고 장난을 치면 식사 시간이 끝난 후 간식을 못 먹는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이처럼 자연스러운 귀결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굳이 화내지 않아도, 현실의 작은 불편이 스스로를 훈육하는 교훈이 되는 것이죠.


'타임아웃'보다 '타임인': 잘못했을 때 아이를 혼자 떨어뜨려 놓는 타임아웃 대신, 요즘은 타임인(time-in)이라는 접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타임인이란 감정이 폭발한 아이 곁에 부모가 함께 있으면서 공감해 주고,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도와주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울거나 분노할 때 방에 혼자 두면 불안과 서운함이 커질 수 있습니다. 대신 부모가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 같이 앉아주는 거죠. “많이 속상했구나” 하고 마음을 읽어주고 진정하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러한 공감 육아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부모와의 애착도 더 돈독해집니다.


긍정 reinforcement와 칭찬: 잘못된 행동을 제지하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과 인정을 듬뿍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장난감 정리를 했다면 “와, 혼자 정리했구나!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즉시 반응해주세요. 긍정적인 강화를 통해 아이는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즐겁게 배우고 반복하려는 동기가 생깁니다. 또 평소에 충분한 사랑과 스킨십, 대화를 나누어 아이의 정서적 그릇이 채워져 있으면, 규칙을 지시할 때도 아이가 덜 반항하게 됩니다.


따뜻한 사랑과 단호한 기준의 균형


훈육은 사랑의 한 형태입니다. 4살 아이에게 “안돼”라고 말해주는 것은 잘못을 지적하고 벌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계를 알려주는 사랑의 행동입니다. 아이는 당장은 서운해하거나 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가 자신을 위해 일관된 기준을 세워주었음을 깨닫고 내면에 건강한 규율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애정과 단호한 기준을 균형 있게 실천하는 일입니다. 공감과 존중 속에 분명한 훈육이 이루어질 때, 아이는 안전감을 느끼며 올바른 행동 방식을 배워나갈 것입니다. 오늘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필요할 때는 자신 있게 “안 된다”고 말해 주세요. 그 한 마디와 함께하는 따뜻한 지도는 아이를 한층 더 안정되고 바른 아이로 자라게 할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3화4살 아기의 애착형성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