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제품은 아니고, 알 수 없는 아날로그적 생각으로 배척했었던 것들 중 하나를 이제서야 처음 사용 했다. 과거의 나에겐 이런 것들이 좀 있었다. 대체할 수 있는게 있어, 굳이 편리함을 인지하고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도 포함된다.
그러다 우연히 자청의 역행자를 읽었다. 저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유로 인해 거부하고 있는 것들을 자의식이라고 하며, 자의식을 해체하는 게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 합리화를 무너뜨리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버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저런 방법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직설적으로 표현 하면 이런 생각들이 자의식이다.
35년을 살면서 비데를 처음 사용했다. 그것도 외국에서. 최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쓰기도 하면서 주저 없이
사용해 보자 하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버튼을 눌렀다.
놀랐다. 편리했다. 기분도 상쾌했다.
더러운 얘기일 수 있는데, 휴지로 뒤처리 할 땐 찝찝할 때도 있었고, 때로 약간의 통증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수압으로 인해 통증이 있으면 어쩌나 했던 걱정과 달리 물소리에 비해 통증은 없고, 뒤처리가 더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부에 튀는거 아니야 했던 걱정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뒤처리라는 행위의 신세계였다.
끝나고 휴지로 처리할 때 공간이 좁으면 했던 고생이 의미 없는 행동처럼 생각되었다.
회사 화장실엔 비데가 있어, 예전에 선배들이 그 칸에 주로 간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젠 이해가 간다. 비데 찬양을 하게 되었다.
내게 남아있던 마음속 거미줄을 걷어내는 느낌이다. 그것도 물로.
생각의 융통성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확장해 보면, 늘 변하는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비데와는 거리가 살짝 멀지만..) 이제 z세대에 이어 2010년 2024년에 태어난 세대를 알파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대를 전혀 격지 않은 세대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서 배척하고 있던 거미줄을 하나씩 걷어 내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