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와 처음 겪는 순간

출산 후 병원 입원 with 코로나 / 아가에게 쓰는 편지 #5

by 박제

아가가 처음 무언가를 했을 때가 아빠는 다 기억나.

처음 집에 온 순간, 조리원에서 처음 얼굴 본 순간, 처음 기저귀를 갈았던 날,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서툴렀지만 행복했던 순간들. 지금 생각해 보면 쉬웠을 일이긴 하지만 그때의 어설픔이 더 기억나는 것 같아.

그땐 왜 이렇게 조심스럽고 어려웠는지, 아가가 태어나고 서울 광진 SC제일산부인과에 엄마는 입원을 했어. 보통 제왕절개를 하면 3박 4일 입원을 하는데, 자연분만으로 태어나서 2박 3일 입원했어. 자연분만이 꼭 제왕절개보다 좋다고 할 순 없고, 둘 다 대단한 일이지만 엄마는 통증의 시간이 길었는데, 용기를 내 참고 해냈지.

엄마가 입원할 때는 보통 아빠들은 출산휴가가 있어서 같이 간호를 한단다. 힘든 과정을 거쳤으니, 회복할 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엄마, 아빠는 1인실 에서 회복 중이었고, 아가는 너무 애기라 따로 신생아실에 있었어. 마침 코로나19 가 한창 심했던 때라 하루 중 아기를 보는 시간이 5분밖에 안 돼서 아가를 보러 갈때마다 설레고, 어찌나 기다리게 되는지. 그때까지 눈을 못 떴거든? 엄마, 아빠는 누구 눈을 닮았을지 엄청 기다렸는데, 아가는 눈에 연고 바르고 누워있더라 너무 조막만 했어.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아기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 건지 괜히 애틋했어. 이제 좀 실감이 나더라고. 또 하나의 생명이 왔구나. 아가가 저기 누워 있구나.

코로나로 인해서 입원하는 동안 신속항원 검사가 의무였어. 산후조리원 가기 전에도 음성이 필수 조건이라 엄청 조심했던게 기억이 난다. 갑자기 코로나 확진 되면 산후 조리원에 들어갈 수 없었거든.

엄마는 매번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식사들이 나왔고, 아빠는 식사가 안 나와서 바로 밑에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사 먹었어. 흔하디 흔한 편의점인데 편의점의 분위기나, 점원의 태도 이런 게 다 기억날 것 같아. 엄마 아빠는 나름 잘 생활 했던거 같아. 엄마는 출산으로 인한 방광기능을 회복시키고, 통증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입원 마지막날 전까지는 그나마 회복되서 조리원으로 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어.

자동차 실내 내부청소도 아빠가 했었지. 혹시 태어난지 1주일도 안된 아가가 차 내부에 더러운 공기가 안 좋을까봐, 미리 카시트도 준비 해두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서툴고 어려웠었어. 그랬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라는 생각에 기억에 새기고자 가끔 이미지를 떠올려봐. 싸개에 쌓여서 눈도 못 뜨고 곤히 자고 있던 아기, 조리원으로 가서 짐을 올리고 엄마와 인사 하던 순간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가면서 우리 차에 탈 때, 아가가 태어난 병원을 벗어났을 때, 정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게 실감이 되더라. 지금 방긋방긋 웃는 아가가 참 신기해.

병원을 퇴원할 때 들은 얘기는 아기의 설소대를 잘라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과, 분유 먹는 거 보고 설소대를 자를지 고민하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왼쪽 약지 발가락이 약간 휘어서 마사지를 해주라고 했었어. 아가의 신체 비밀 같은 거.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을 아가와 함께 영유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신비롭단다. 아가랑 처음 겪었던 일들은 아빠에게 모두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야. 아가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에도 기억에 남을거야. 그때 다 얘기 해줄게.

요즘 너무 잘 웃고, 사고 없이 잘자라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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