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서툰 씨앗이 건넨 위로

7년 전 서툰 씨앗이 건넨 위로, 내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박지숙

사람을 키우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붙잡는 일과 같다. 특히나 매 순간 긴장감이 흐르는 병원이라는 전쟁터에서, 누군가의 성장을 기다려주고 보듬어주는 일은 때로 내 영혼을 깎아 먹는 고단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나는 그 고단함이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수간호사님, 잘 지내시죠?"

병동 수간호사 보직을 내려놓고 조금은 평온한 외래 간호사로 근무하던 어느 날, 낯익은 이름의 카톡이 도착했다. 나의 첫 반응은 반가움보다 '걱정'이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건지, 갑작스러운 진료가 필요해 외래 일정을 잡으려 연락한 것은 아닌지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이어진 메시지는 나의 짐작을 기분 좋게 배반했다.

그는 7년 전, 신규 간호사 시절 적응을 너무나 힘들어하던 '아픈 손가락'이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업무와 낯선 환경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아이. 나는 그 아이를 다그치는 대신 곁에 서서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지금은 서툴러도 너는 충분히 좋은 간호사가 될 거야." 그저 견뎌주기를, 스스로를 믿어주기를 바라며 건넸던 작은 격려와 사랑들.


그 작았던 씨앗이 어느새 7년 차 중견 간호사가 되어 내 앞에 섰다.

사실 오늘 연락을 준 이유는 몸이 아파서가 아니었다. 7년 동안 묵묵히 정신과 간호사로 성장해온 그가 드디어 '정신보건 관리자(전문요원)' 수련을 마쳤고, 오늘 수련식을 하는 날이라며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가장 기쁜 순간,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나를 떠올려준 그 마음이 너무나 귀하고 눈물겨웠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수련복을 입고 나를 찾아온 제자의 환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내가 수간호사로서 밤잠 설쳐가며 고민했던 시간들, 어지러움증으로 쓰러지면서도 놓지 못했던 병원 생활의 무게가 이 한 문장으로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는 단 하나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내가 전한 작은 온기가 누군가의 인생에 마중물이 되어, 이제는 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전문가로 거듭난 모습을 지켜보는 일. 돈이나 명예보다 더 강력한 이 생의 '보람'은 내가 왜 80세까지 현역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누군가에게 산소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는 것, 그리고 그 산소를 마시고 자란 이가 다시 누군가의 숨통이 되어주는 선순환. 나는 오늘 그 아름다운 순환의 현장에 서 있었다.


고맙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어서, 그리고 그 결실의 순간에 부족한 나를 기억해주어서. 너의 성장이 나의 가장 큰 훈장이며, 내가 오늘을 살아갈 가장 완벽한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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