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가장 눈부신 꼭대기에서
나는 나의 이름을 지탱하던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소중한 것 중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어
결국 나를 비워 가족이라는 기둥을 붙잡았습니다.
자리를 내어준 뒤 찾아온 시린 공기
인정받던 나의 쓸모가 안개처럼 흩어질 때
그 허전한 고뇌는 몇 해를 두고
나의 발목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우울의 파도와
나를 집어삼키려던 불안의 그림자 그
시커먼 심연에 빠지지 않으려
나는 다른 곳에 미친 듯이 나를 던졌습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쓰고, 배우던 그 지독한 집중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만약 그 불꽃마저 없었더라면
나는 이미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나는 압니다.
나의 강함과 나의 뜨거운 열정은
결코 특정한 '자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내가 머물던 의자가 사라졌어도
내 안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기에
나는 이제 다른 마당에서, 다른 이름으로
나의 생을 더 아름답게 태우려 합니다.
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영토를 넓힌 것임을
나는 나의 새로운 몰입으로 증명하렵니다.
그곳이 어디든, 내가 닿는 모든 곳이
나의 가장 찬란한 자리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