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음의 일

by 박지숙

겨울은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달력은 봄을 말하는데
내 삶은 아직도 얼음장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나는 그 말을 반쯤만 믿는다

어떤 겨울은 사람을 단단하게 하기보다

조용히 금이 가게 하니까


차가운 실패들,

식어버린 기대들,

무심한 하루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닳아갔다.


그래도 이상하게

아침 창가에 번진 햇살 하나에

괜히 커튼을 젖히는 내가 있다.


흙은 얼어 보여도

완전히 죽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몇 번의 계절로 배웠다.


봄은 거창하지 않다

어느 날 문득

덜 시린 공기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것


그래서 오늘도

완전히 기대하지도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은 채


조금만 더 버텨본다.


겨울이 끝난다는 확신은 없지만

계절이 멈춘 적은 없었으니까


내 삶에도 소리 없이

따뜻한 날이 오기를

아직은, 조금은 믿어본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나는 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