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천사의 기도를 뒤로하고,

막내 현석이는 별이 되었다

by 박지숙

병동에 현석이가 입원하면 면회실은 늘 북적였다. 위로 누나만 일곱 명, 여덟 남매의 귀하디귀한 막내아들 현석이. 7공주 사이에서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을 소년은 열일곱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가혹한 선고를 받았다.

일곱 누나는 현석이의 수호천사였다. 누군가는 현석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날랐고, 누군가는 거칠어진 현석이의 손발을 주물렀으며, 누군가는 밤새 현석이의 침대 곁을 지키며 기도를 올렸다. 현석이는 그 지극한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성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 치료를 열 번이나 묵묵히 이겨냈다.

"선생님, 저 이번에도 잘 견딜 수 있죠? 누나들이랑 여행 가기로 했거든요."

독한 항암제가 몸속으로 퍼질 때마다 창백해진 얼굴로도 현석이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의 고통으로 입안이 다 헐어 물 한 모금 삼키기 어려울 때조차, 누나들이 걱정할까 봐 짐짓 씩씩한 척을 하던 착한 아이였다. 현석이에게 병원은 단순히 치료를 받는 곳이 아니라, 일곱 명의 누나와 부모님의 간절한 희망을 지켜내야 하는 전쟁터였다.

하지만 열 번의 폭풍우를 견뎌낸 현석이의 작은 몸은 조금씩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일곱 누나의 간절한 기도도, 의료진의 처절한 노력도 야속한 암세포를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석이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날, 병실은 일곱 누나의 오열소리로 가득 찼다. 막내 동생의 이름을 부르짖는 누나들의 목소리는 병동 복도를 타고 흐르며 지켜보던 우리 모두의 가슴을 후벼팠다. 평생 누나들의 보살핌 속에서 사랑만 받던 현석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나들에게 "울지 마"라고 말하는 듯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나는 현석이의 마지막 처치를 하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7인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이, 그래서 그 사랑을 다 갚기도 전에 너무 일찍 소진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현석이가 떠난 자리에는 누나들이 가져다 둔 작은 인형들과 편지들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병원 생활을 하며 수많은 이별을 목격하지만, 현석이처럼 온 가족의 사랑이 한 점으로 모였던 아이의 부재는 유독 그 자리가 크고 시리다. 현석이가 떠난 뒤에도 나는 가끔 면회실 쪽을 바라본다. 마치 금방이라도 일곱 명의 누나가 막내의 휠체어를 밀며 웃음꽃을 피우며 나타날 것만 같아서.

현석아, 이제 그 힘든 주사도, 차가운 검사대도 없는 곳에서 누나들의 사랑만 기억하며 편히 쉬렴. 네가 남기고 간 그 지극한 가족의 사랑은, 이곳에 남은 우리에게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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