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나 자신의 한계를 기분 좋게 갱신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현장은 나에게 거대한 실험실이자 배움의 터전이다.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내 눈에는 개선해야 할 시스템이 보이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 바꾸어야 할 지표들이 읽힌다. 나는 수간호사라는 직함을 내려놓은 후에도 병원 질 향상을 위한 QI(의료질 향상)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으로 돌아온 지금, 나의 제안들은 더 날카롭고 구체적인 힘을 얻기 시작했다.
내가 분석한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포스터가 학회장 벽에 걸릴 때, 그리고 수백 명의 전문가 앞에서 구연 발표자로 나서서 나의 연구 결과를 당당히 강연할 때, 나는 전율을 느낀다.
학회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은 단순히 나를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이름 모를 어느 병원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우리가 하는 고민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그리고 그 고민이 시스템을 바꾸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0년 차 간호사의 연륜은 데이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나의 강연은 많은 동료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나의 도전은 학회장에 머물지 않았다. 나는 현장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해보고자 '의생명 정책 연구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쟁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30년 현장 경력을 녹여낸 나의 연구 제안서는 당당히 선정되어 연구 펀드를 수혜받게 되었다.
단순히 논문을 쓰는 것을 넘어,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실제 의료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책임감을 부여했다. 밤늦도록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고 최신 논문들을 훑으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의 실력은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더 큰 세상을 향해 솟구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가는 이제 적당히 관리하고 편히 지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임상의 예리한 감각, 박사의 학문적 깊이, 그리고 정책 연구자의 거시적 안목.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발휘되는 시너지는 오직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오늘도 논문을 쓰고, 학회 일정을 확인하며, 새로운 연구 가설을 세운다. 30년 전 처음 청진기를 목에 걸었던 그 설렘 그대로,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의 한계를 기분 좋게 갱신하고 있다. 나의 도전은 끝이 없다. 간호라는 이름으로 내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아직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