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완장보다 무거운 이름표

'함께 성장하는 수간호사'로 산다는 것

by 박지숙

적극적인 배움과 나눔의 시간은 결국 현장에서의 신뢰로 돌아왔다. 나는 병원에서 그간의 성과와 열정을 인정받아 '수간호사'라는 소임을 맡게 되었다. 누군가는 관리자가 되는 것을 커리어의 끝이라 말하지만, 내게 수간호사는 30년 임상 내공을 쏟아부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작점이었다.


최우수상의 비결, 데이터에 '진심'을 더하다

수간호사가 되고 나서 가장 집중한 것은 부서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적정성 평가와 연계한 QI(의료질 향상) 활동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단순히 지표를 맞추는 행정을 넘어,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 환경을 누릴 수 있을지 부서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밤낮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을 점검했던 우리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전국 규모의 '의료질 향상 학회'에서 우리 부서가 당당히 최우수상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상장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우리 부서원 모두의 헌신이 빚어낸 영광이었다.


"수간호사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고백

무엇보다 나를 벅차게 한 것은 외부의 평가보다 내부의 목소리였다. 어느 날 한 후배가 조심스레 다가와 내게 말했다.


"수간호사님,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자극을 많이 받아요. 저도 수간호사님처럼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 한마디는 박사 학위 수여식 때의 감동과는 또 다른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 리더란 단순히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뒷모습으로 길을 보여주는 사람이구나. 나는 후배들에게 나의 실패와 극복, 그리고 배움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부서는 어느덧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우수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병원에 울려 퍼진 행복의 메아리

나는 부서원들과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환자의 손을 맞잡으며 울고 웃었던 순간들, 신규 간호사의 실수를 다독이며 함께 성장했던 기록들을 담아 병원간호사회의 '행복한 간호 현장 콘테스트'에 투고했다.

진심이 담긴 글은 장려상 수상이라는 뜻밖의 선물로 돌아왔다. 병원이라는 차가운 공간이 간호사들의 따뜻한 시선으로 얼마나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는지 세상에 알린 순간이었다. 수간호사로서 누린 성취는 단순히 개인의 명예가 아니었다. 그것은 '행복한 간호사가 환자를 행복하게 한다'는 나의 신념이 현장에서 증명된 과정이었다.


가장 눈부신 완장은 '존경'이라는 무게

지금 내 어깨에 놓인 수간호사의 완장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후배들의 꿈을 지켜주고, 환자들에게 최고의 간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의 징표다. 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거울을 보며 다짐한다.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공부하며, 후배들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노라고.

성공한 수간호사의 삶은 화려한 트로피 뒤에 숨겨진 수많은 '함께'의 순간들이 모여 완성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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