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이라는 이름의 방루

by 박지숙

어둠이 어깨를 짓누를 때

나는 슬픔의 눈을 감기고

통증의 귀를 막는다

왜 가끔은 나조차 나를 모른 척해야 하는가


그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타버린 심장 끝에 남은

마지막 숨구멍을 지키려는 짓


나의 고통을 겹겹이 가리는 것은

들키면 무너질 것 같은

벼랑 끝의 성벽을 쌓는 일이다

그렇게라도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면

나는 이 고독의 무게에 압사당할 것 같아서


살기 위해서다

죽음보다 차가운 외면으로 나를 감싸는 것은

살아내기 위한 비명 없는 몸부림이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는데

나의 죽음이 나의 유일한 평온이라면

나는 기꺼이 감정의 스위치를 내리겠다

신경의 뿌리를 잠시 뽑아서라도

이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나를 유배시키겠다


무관심이라는 차가운 외투를 입고서라도

나는 기어이 내일의 해를 보려 한다

신경을 끄고, 마음을 닫고, 나를 지우는 일

그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뜨겁게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오늘도 나는

나를 무시함으로써 나를 살린다

이 지독한 삶의 무대 위에서

가장 고요한 관객이 되어

나라는 생을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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