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연필

엄마는 외삼촌 집으로 가는 산길에 동생과 나를 데리고 다녔다. 빼곡한 소나무 냄새가 시원한 그 길을 우리는 좋아했고, 둘이서도 잘 넘어 다녔다.


“누나야, 우리 대빵 외삼촌 집 가자.”


십 분 만에 도착할 거리지만, 둘이 놀며 가면 삼십 분은 예사로 넘었다. 연락도 없이 갈 때면 외숙모는 밭에, 외삼촌은 논에 가고, 집은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았다.

외숙모가 큰 가마솥에 짚을 가득 넣어, 구수한 냄새와 김이 나도록 여물을 삶는 모습이 떠올랐다.

“여물이 어디 있을 텐데. 찾아보자!”


마당에 있는 소를 쓱쓱 쓰다듬고 여물을 퍼서 담아주었다. 옆에 있던 짚을 줬더니, 혀를 길게 내밀어 휙 감아 입으로 넣었다. 씹는 소리가 흥미로웠다. 와그작과 오도독이 섞인 오묘한 소리였는데, 우리는 그 소리를 참 좋아했다.

“이빨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런 소리가 나지?”

호기심 많은 동생이 소의 윗입술을 들어 올렸다. 순한 소는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크고 네모난 이빨이 가지런했다. 그 재미로 동생과 산을 자주 넘었다.


동네 바짝 마른 개울에도 소가 많았다. 아침이면 어른들이 소를 몰고 와 묶어 두었다. 외삼촌네 소만큼 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풀을 뜯어와 먹였다. 까슬하고 축축한 혀가 빠르게 손에 스칠 때면, 소 입에 빨려 들어갈까 겁이 났다. 소의 몸 여기저기에 피를 빨아먹고 뚱뚱해진 진드기가 붙어 있었다. 쉬지 않고 꼬리로 제 몸을 때리는 모습이 불쌍했다. 무척 간지러운 모양이었다.

용기를 내 손으로 잡아서 떼려 하면, 얼마나 꽉 잡고 버티는지 힘이 들었다.

뚜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면 얼른 버렸다. 바닥에 뒤집어져 버둥거리는 모습이 징그러웠다.


“이제 시원하지?”

이마를 쓱쓱 쓸어주면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가 쭉 밀기도 했는데, 힘이 너무 세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그 모습을 보고 외할머니한테 전한 듯했다.


“개울에 있는 동네 소를 우리 헌아가 다 봐준다던데, 힘들게 왜 하고 있는고?”

“할매, 내가 진드기 안 떼주면 피 모자라서 소 다 죽는다.”

외할머니는 배를 잡고 허리를 젖히며 웃었다.


“아이고, 그래서 가나? 볕 뜨거우니까 모자 꼭 챙겨 쓰고, 소 뒷발에 안 차이도록 조심해야 된데이.”


-오래된 장면의 기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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