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그냥 그런 날의 깨달음

by 김현정

고린도전서 13장에 보면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라는 구절이 있다.


누군가의 말이 너무 고마워서
누군가의 행동이 참 고마워서
감사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의 말이 너무 아파서
누군가의 행동이 참 나빠서

미웠던 적도 있다.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며 밤잠을 설치던 날도 있었고,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너무 고맙다”
며 마음이 따뜻해지던 순간도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위인전을 참 좋아했다.
조금 부족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결국 멋진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가끔 그들이 내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 위인은 마음 속에서 지워졌다.


긴 시간을 지나면서
나는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좋으면 좋은 사람, 나쁘면 나쁜 사람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내게 보이던 많은 말과 행동들이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었고,
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 마음은 그냥 ‘그 사람 마음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이 이제 너무 밉지만도,
또 너무 고맙지만도 않게 되었다.


그러자 나는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마음도,
누군가에게 감격하는 마음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바람 부는 공원을 하염없이 걷다가
성경 속 ’울리는 꽹과리’를 떠올렸다.


나는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는 되지 말아야지.
내가 받은 감격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으니까.


매일 사람들의 말과 평가 속에 살아가지만
결국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한다.


지금 우리는 거울 너머 흐릿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온전히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희미한 마음들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을 붙들어야 한다.
내가 받은 감격도, 내가 건넬 수 있는 사랑도
그 작은 빛에서 시작될 테니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빛을 따라 조용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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