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한 날의 위로
마음이 유난히 허한 날이 있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땀이 날 때까지 달리고,
친구와 한참을 웃고 떠들다 돌아와서도
마음이 허한 날이 있다.
그런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참을 수 없어
과자를 왕창 사 와서
우적우적 씹다가
잠이 든다.
아침이 되어
아이를 씻기고 밥을 챙기고
출근 준비에 쫓기듯 움직이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버터간장 계란밥을 만들었다.
따뜻한 밥 위에서
버터는 천천히 녹고
간장은 조심스레 짭조름한 선을 긋는다.
숟가락을 들 때마다 고소한 향이 먼저
미소를 짓게 한다.
보통의 아침 같았으면
식욕이 없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식사는
건너뛰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먹는 밥 한 끼도
사회생활을 위한 접대용 식사도
그리고 친구와 맛집에서 먹는 밥도
어느샌가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맛있는 산해진미가 앞에 있으면
마음이 막 설레다가도
막상 밥을 먹고 얼마쯤 지나면
집밥이 그리워지는 건
맛 때문인지 같이 먹는 사람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아침 먹은
버터 간장계란밥은
어릴 적 엄마가
뜨거운 밥에 생계란을 깨고
간장을 한 바퀴 둘러 비벼주던
그 시절이 생각나고
나의 허한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허기는 위장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채워진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 위에
버터는 갑옷처럼 덮였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나는 나에게 말한다.
오늘도,
힘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