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간장 계란밥

마음이 허한 날의 위로

by 김현정

마음이 유난히 허한 날이 있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땀이 날 때까지 달리고,

친구와 한참을 웃고 떠들다 돌아와서도

마음이 허한 날이 있다.


그런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참을 수 없어

과자를 왕창 사 와서

우적우적 씹다가

잠이 든다.


아침이 되어

아이를 씻기고 밥을 챙기고

출근 준비에 쫓기듯 움직이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버터간장 계란밥을 만들었다.


따뜻한 밥 위에서

버터는 천천히 녹고

간장은 조심스레 짭조름한 선을 긋는다.

숟가락을 들 때마다 고소한 향이 먼저

미소를 짓게 한다.


보통의 아침 같았으면

식욕이 없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식사는

건너뛰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먹는 밥 한 끼도

사회생활을 위한 접대용 식사도

그리고 친구와 맛집에서 먹는 밥도

어느샌가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맛있는 산해진미가 앞에 있으면

마음이 막 설레다가도

막상 밥을 먹고 얼마쯤 지나면

집밥이 그리워지는 건

맛 때문인지 같이 먹는 사람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아침 먹은

버터 간장계란밥은

어릴 적 엄마가

뜨거운 밥에 생계란을 깨고

간장을 한 바퀴 둘러 비벼주던

그 시절이 생각나고


나의 허한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허기는 위장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채워진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 위에

버터는 갑옷처럼 덮였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나는 나에게 말한다.


오늘도,

힘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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