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우기며 웃어보는 거다.
봄은 예고 없이 온다.
“곧 갑니다” 같은 말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속는다.
아직 패딩을 벗기엔 이르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지퍼를 반쯤 내려보게 된다.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마치 언제 나갈지 말도 안 해주는 손님처럼.
사람들은 “원래 이런 거지” 하며
난방비를 걱정하고, 표정을 아껴 썼다.
웃음은 사치품이 됐고
희망은 할인 기간이 끝난 물건 같았다.
그래도 봄은 온다.
문제는 늘 그거다.
누가 먼저 알아보느냐.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상이 아직 겨울 흉을 볼 때
혼자서만 “그래도 조금은 풀렸네”라고 말해보는 것.
눈치 보지 않고 밝은 색 양말을 신어보는 것.
별일 없어도 커피에 시럽을 하나 더 넣는 것.
봄은 용기보다는 눈치가 빠른 사람 편이다.
얼음 밑에서 물소리 나는 걸 먼저 듣는 사람,
다들 심각할 때
혼자서 엉뚱한 농담 하나 던질 줄 아는 사람.
어둠 속에서 위트는
손전등보다 은근히 멀리 비춘다.
사람들은 늘 말한다.
“아직은 아니야.”
“좀 더 두고 봐야지.”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봄은
‘좀 더 두고 본 사람들’ 말고
‘먼저 믿은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얼굴을 조금 먼저 펴고
말투를 한 톤 낮추고
하루에 웃을 핑계 하나쯤을 챙긴다.
봄은 거창하지 않다.
기적처럼 오지도 않는다.
그냥 어느 날,
“어? 생각보다 춥지 않네.”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오늘,
괜히 창문을 한 번 열어봐도 좋겠다.
아직은 찬 바람이 남아 있더라도.
그냥, 봄이라 우기며 웃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