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한데 다행이다

엄마가 없는 날의 풍경

by 김현정

스무 살이 넘은 내 아이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한다.


쉬는 날 아침,

타박타박 걸어 다이소에 간다.

좋아하는 노트를 사고

과자를 사고

자그만 가방도 하나 산다.

의기롭게 집에 돌아온다.


엄마가 없는 날.


식탁 위에 놓인 식사와 간식을

자기 시간표대로 먹는다.

한꺼번에.


분명히 나는

시간을 두고 먹었으면 했는데

아이는 마음대로 먹고 싶다.


엄마가 옆에 있어야만 안전했던 아이는

이제

엄마가 옆에 없어야 즐겁다.


엄마가 옆에 없으면

잠들지 못하던 아이는

이제

엄마가 없어도 잘 잔다.


섭섭했다가

다행이다 싶다 한다.


이제 더 이상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가

뭔가 필요할 때면

얼굴을 부비며

무해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 앞에서

나는 쉽게 진다.


세상에 지친 나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얼굴로

잠든 아이를 본다.


오늘도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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