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는 말들, 사라지는 시간
요즘 사람들은 칼을 들지 않는다.
대신 버튼을 누른다.
한 번 누르면 문장이 나오고
내가 생각한 것처럼 보이는 말이 줄을 선다.
손은 가볍고 머리는 조용하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은 답을 찾지 않는다.
정답처럼 생긴 것을 고른다.
씹지 않은 말은 금방 삼켜진다.
생각은 원래 천천히 변화하는 것인데
이제는 변화하기도 전에 복제된다.
어디선가 본 말,
어디선가 읽은 생각,
조금 더 다듬으면 내 것이 된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정말 네 생각이었는지.
없는 이야기도 만들기 쉬워졌다.
거짓말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얼굴로.
진짜와 가짜는 너무 비슷해서
구분하는 쪽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나는 이 풍경이 무섭다.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는 큰 목소리가 아니다.
올바른 말투도 아니다.
정의는 쉽게 만들어진 말 앞에서
한 번 더 멈추는 일이다.
이 문장은 정말 내가 한 말인가.
이 분노는 정말 내가 느낀 것인가.
확인하지 않은 생각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
빠른 결론 앞에서 조금 불편해지는 것.
그 불편함을 버리지 않는 태도.
나는 우리가 지금
너무 매끈해졌다고 생각한다.
모서리가 닳아 서로를 다치게 하지는 않지만
대신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정의는 편리한 시대에 남아 있지 않다.
정의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손에만 남아 있다.
그 손은 느리고 자주 틀리고
사람 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