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니 오지 말라 해놓고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

by 김현정

엄마와 함께 장을 봤다.

이제 찾아올 가족도 많지 않지만

남은 가족들의 허전함을 달래 줄 음식을 위해

우리는 여전히 시장으로 간다.


사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고

파는 사람은 제값을 받고 싶다.

명절은 그렇게 흥정 위에 올라앉는다.


엄마는 꽃게를 들었다 놓는다.

집게다리가 다 붙어 있으니

무게가 더 나가 값이 비싸단다.

이 집의 꽃게를 보고, 저 집의 꽃게를 보며

집게는 덜어내고

살이 꽉 찬 것을 사고 싶다 말한다.


나는 괜히 창피해져

그만 좀 하라고 핀잔을 준다.


가방에 고기와 생선을 가득 담으니

어깨가 욱신거린다.

분명 엄마 가방이 더 무거울 텐데

엄마는 내 것이 더 무겁다며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을 한다.


이제는 명절의 떠들썩함도

기름 냄새가 진동하던 부엌의 고소함도

전처럼 또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힘드니 오지 마라” 말해놓고

문지방 너머를 오래 바라보고 있을 부모님들.

기다림은 늘

말보다 먼저 도착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멀어진 것은.


이번 명절에는

맛있는 밥 한 끼를 사이에 두고

잠시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쉬어갈 수 있기를.

그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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