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식이는 안 오나

명절 아침에

by 김현정

명절 아침이면 직원들은 근무복 대신 한복을 입는다.

요양원 복도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해지고, 색이 많아진다.

회색빛이던 공간에 분홍치마와 초록 저고리가 오간다.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면, 다들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어이구, 오늘은 왜 이렇게 예뻐.”


웃음이 평소보다 크다.

명절은 공간의 공기까지 바꾸는 것 같다.


하지만 명절은 늘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어르신들을 흔든다.

평소 조용하던 분이 그날은 거울 앞에 오래 선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분홍 립스틱을 꺼내 조심스럽게 입술 위에 바른다.

화장을 마친 얼굴로 복도를 한 번 바라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이다.


또 다른 어르신은 휠체어를 밀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나 집에 가야 돼. 집에 가야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복도를 돈다.

명절이면 집으로 가야 한다는 기억이 먼저 몸을 움직이는 듯하다.

지금의 주소보다 오래된 주소가 더 또렷해지는 날이다.


나는 그 손을 잡는다.


“따님과 통화해 볼래요?”


먼저 전화를 걸어 오늘 상태를 설명한다.

잠시 후 화면 속에서 “엄마”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르신은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얼굴을 화면 가까이 가져가며 웃는다.


“왜 오늘 안 오나”


통화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대신 내일 면회를 오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어르신의 손에 조금 힘이 빠진다.

완전히 조용해지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는 숨이 덜 가쁘다.


미소를 짓던 얼굴이 나를 향한다.


“근데 우식이는 안 오나.”


화면 속에 있었던 딸도, 내일 온다는 약속도 잠시 비켜선다. 한 이름이 복도 위에 남는다.

명절은 늘 누군가를 불러내고, 또 누군가를 남겨둔다.


나는 다시 손을 잡는다.

완전하지 않지만, 조금은 덜 불안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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