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람이 떠나는 순간

남는 사람의 마음

by 김현정

사람이 떠나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크게 다투고 돌아서는 날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금씩 멀어지다가


문득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는 순간에

관계는 끝나기도 한다.


어제까지는

자연스럽게 건네던 말들이


어느 날부터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말이 되고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사라진다.


떠나는 사람은

이미 여러 번 마음을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하지만 남는 사람은 다르다.


왜인지 몰라서

더 오래 붙잡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계속 되짚게 된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 관계가

조금 더 오래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관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오래 함께한다는 건

서로가 조금씩 물러나 주는 일인데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그리고 남는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조금 늦게

이해하게 된다.


아,

이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끝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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