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건넨 꽃다발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아직 어둑한 새벽, 문을 나섰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세상은 아직 덜 깨어 있는데
하얀 벚꽃들은 이미 환하게 피어
나를 먼저 맞이하고 있었다.
어제는 이만큼이 아니었는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지마다 터질 듯 피어난 꽃들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꽃다발을
두 팔 가득 안겨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젊은 날,
남편이 되기 전의 그 남자는
자주 꽃다발을 사 들고
집 문을 두드리곤 했다.
아직 전도사였던 그는
넉넉하지도 않았고
연애에 능숙하지도 않았다.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몰라
그저 꽃을 골랐던 사람.
나는 꽃이 좋았지만
형편을 아는 마음에
그만 사 오라고 말해버렸다.
그 말 이후
그 남자는 남편이 되었고
꽃은 더 이상 우리 집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거라고.
그 말이 맞는지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훨씬 더 꽃이 좋다.
색이 좋아서, 향이 좋아서—
아니, 아마도
그 모든 시간이 스며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아무도
꽃을 건네주지 않는다.
조금은 서운했던 마음이
오늘, 이 새벽에
환하게 위로받는다.
누군가 건넨 것도 아닌데
세상이 통째로 꽃다발이 되어
내게 다가온다.
한아름 안길 것도 없이
이미 가득 차버린 이 마음.
이건 위로라기보다
환대에 가깝다.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조용하고도 환한
봄의 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