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자리

—무너지지 않는 쪽을 선택한 하루

by 김현정

며칠째, 사람 때문에 숨이 막힌다.

공기가 있는데도 숨이 막히는 날들이다.


어느 조직에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해되지 않는 태도와 납득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 한가운데 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버겁다.


나는 이 조직을 굴러가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흐트러진 것들을 맞추고,

부딪히는 마음들을 조율해야 하는 사람.


그런데 그 ‘조율’이라는 일은

때로 끝이 없는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한 채

자신의 힘듦만을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내 속의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계속 삼킨다.


그렇게 삼켜낸 말들이 쌓여

뒷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내가 돌봐야 할 아이와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다시 고개를 숙인다.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는 믿음.

그건 어쩌면

조금은 순진했고, 조금은 로맨스였는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은 쌓여가는데

머릿속은 흐릿해지고

집중은 자꾸 흩어진다.


문득,

머릿속 어딘가에서 ‘탁’ 하고

무언가 끊어질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사람이 미워진다.

그리고 그런 내가 싫어져

결국 나 자신까지 미워진다.


오늘도 나는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이 하루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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