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작가가 살려면 해야할 글팔기
운 좋게 리사이틀을 보게 되었다. 조재혁의 모차르트 전곡 리사이틀이었다. 그가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사실도 모르고, 나는 공연을 보며 나름대로 예술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다. 예술가라면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의 이 깨달음은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이미 적극적으로 자기 PR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얻은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리사이틀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저 그가 솜씨 좋은 교수 정도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즐겼다. 그간 일부러 예습 삼아 모차르트의 악장을 들어왔고, 그 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 중에는 발이 절일 정도로 마음이 울렁거렸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썸을 타듯 이리저리 간질이며 끝날 듯 말 듯한 흐름을 가졌고, 피아니스트는 그 미묘한 흐름을 너무나도 잘 연주해냈다. 나는 운 좋게 앞자리에서 그의 연주를 들으며 그의 솜씨에 더욱 반하게 되었다.
그렇게 2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잠시 회고를 했다. 그렇게 빠른 손가락 놀림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2시간 내내 영혼을 쏟아부으며 집중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분명히 힘든 작업일 텐데도 그는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라면 마치 전시회를 열듯 리사이틀을 계속해야 하고, 자신의 예술을 팔아야 진정한 예술가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현대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인이라면 자기 PR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음을 감지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유명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내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이런 깨달음을 설교하기까지 했다.
결국 삶은 자기 PR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요즘에도 많은 소설가와 예술가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활동하지만, 그들을 잘 모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문화를 충분히 즐기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인은 너무 바빠 커피 한 잔의 여유조차 없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부유층이 아니라면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음악과 드라마 외의 문화를 즐길 시간이 없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뉴스와 연예인들의 사생활, 가십에 몰두하며, 연예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그 시간이 돈으로 돌아온다는 순환 구조를 망각한 것 같다. 연예인이 연기하는 각본을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화면 속 외모와 연기력만이 평가 대상일 뿐이다. 대중문화는 그렇게 생산되고 있다. 그들은 자기 PR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에 있지만, 우리의 예술가는 다르다.
예술가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은밀하게 보존하며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팔고 이름을 널리 알려야 살아남는다. “아는 사람”이 되어야 구독자도, 독자도 늘어난다. 마치 우리가 아는 평론가가 신문이 아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적고, 대중들 역시 예술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부족하다. 나 또한 모차르트 음악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 리사이틀을 보았지만, 내 옆자리의 어떤 아주머니는 피아노 건반 위의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클래식, 미술,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문화적 질을 높여야 한다고 느꼈다.
20분가량 이런 이야기를 하며, 내 글 역시 쓰는 것만큼이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글을 완벽하게 다듬고 퇴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에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뿌려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역시 내 의무라는 생각이 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