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고양이들
밤은 계속 찾아온다. 낮이 오듯이, 결국 밤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힌다. 마치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갈구하듯이, 밤은 언제나 찾아와 나를 두렵게 만든다. 그 밤마다 눈을 감으면 수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보인다. 그 고양이들 속에서 희번덕이는 고양이의 눈동자가 나를 반사하며 빛을 띤다. 나는 나체인 듯한 기괴한 괴로움 속에서 잠을 자려고 애쓴다. 하지만 잠은 떨쳐지지 않고, 나는 언제나 약에 의지한 채 눕는다. 푹신하고 하얀 침대인데도 내 머릿속에서는 피가 붉게 물든 장면들이 펼쳐진다.
눈을 감다 보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며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결국 고양이들이 나타난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수도 없이 야옹거리며 환청이 잇달아 들린다. 그 음침하고도 귀여운 고양이의 목소리는 감미롭고 흥미롭다. 그래서 더더욱 잠을 방해한다. 다양한 색의 고양이도 있지만, 대체로 검은색 네로 고양이가 대부분이다. 그 고양이의 고결함이 나에게도 다가온다. 그 색채와 온도는 신기하게도 따뜻하다. 나는 고양이의 품에 안기고 싶어 다가가지만, 그 고양이는 우리 집 녀석처럼 때때로 손을 벌려주지 않는다. 핑크색 젤리 발바닥을 보면서 몽환적으로 졸음에 빠진다.
다음 날 밤도 마찬가지다. 역시 눈을 감으면 수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나를 덮친다. 그 고양이들의 먹잇감이 된 듯, 내가 츄르나 물고기가 된 것처럼 그들은 군침을 흘린다. 그 찐득한 군침이 나에게 떨어질 때 가장 공포스럽다. 눈을 떠보면 내 방은 불균형한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어, 눈을 감으나 마나 비슷하다. 결국 양자택일하려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즐거운 놀잇감을 찾는 게 나의 수면의 질을 높일까 싶다가도, 인증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멀리할수록 수면에 좋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렇게 자려고 하다 보면 또 밤을 새우게 된다. 그날은 까먹고 약을 먹지 않은 날이었다.
그다음 날은 커피에 의존하며 두통과 치통, 온갖 통증에 시달린다. 배도 날카롭게 고파져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느라 바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잔인하고도 스릴 넘치는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굶주리도록 피가 튀고 심장이 멎는 스릴러를 보고 나서 잠에 들려 할 때, 또 고양이들이 나타나 나의 잠을 깨운다. 이번에는 약을 먹었으니 좀 나아지겠거니 하며 진정해본다. 하지만 한 마리의 고양이가 나에게 물고 온 달빛이 유독 밝다. 그 달빛을 보고 있다 보면 차분히 시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니 나의 작가적인 성향에 이끌려 잠이 깨고 만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차분히 내려 쓴다. 공기는 차갑고 방은 따뜻하다. 혼자 앉아있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혼자”가 된다. 내 글은 밝게 빛나길 바라지만, 점점 어두운 사상이 확장되고 있어 걱정이다. 그렇게 오늘도 몇 글자의 소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아이패드에 적고 나서 잠을 청한다. 눈을 감는다. 눈이 감겨야 잠이 온다. 잠이 와라. 와라.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