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덤프트럭에 올라타게된 계기
집을 나서며 아버지가 모아둔 비상금 500달러를 훔쳤다. 그 돈은 부엌 오븐 안쪽 귀퉁이에 넣어져 있었다. 사실 그 지폐들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아버지가 술을 마시러 나갈 때 유독 부엌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거기에 돈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돈을 찾으려 했고, 결국 쓰지 않는 쿠키 오븐에서 두둑한 지폐 뭉치를 발견했다. 돈을 세어본 뒤,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었다. 언젠가는 사용할 일이 있을 거라며 기다려왔다.
오늘이 그 날인가 보다. 엄마가 예전에 뜨개질로 만들어준 아버지의 니트와 500달러를 작은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마치 죄를 반성하라는 듯 내리비쳤지만, 어두운 내 마음을 치유해주진 않았다. 나는 서둘러 총을 살 생각에 근처 마트로 가서 Smith & Wesson M&P Shield EZ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가격이 내가 가지고 나온 돈과 거의 맞먹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총은 사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죽어야 한다면, 그저 죽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마트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에밀리가 보였다. 엄마 차를 타고 장을 보러 나선 듯했다. 들키지 않으려고 덤불 속에 숨어 두 모녀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에밀리는 학교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고, 머릿결이 상해서인지 단발로 잘라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은 마치 시력을 잃은 듯 희게 잠겨 있었다. 에밀리의 엄마가 나를 본다면 분명 나를 집으로 데려가 며칠 지내도록 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내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테니, 절대로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 손으로 입을 막고, 과호흡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억눌렀다. 그동안 두 모녀는 장바구니를 차에 실고 떠나려 했으나, 에밀리가 자꾸 주변을 서성거리며 차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불쾌감이 치솟아 에밀리의 허약한 육신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워, 나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마침내 에밀리는 어머니의 손에 붙잡혀 차에 올라탔고, 마치 수갑을 채우듯 안전벨트를 채웠다.
“저 덤불에 누가 있어! 아마 에어 같아! 내가 본 것 같단 말이야!”
“에어는 지금 학교에 있는 시간이란다, 에밀리. 다음에 초대할 테니 얌전히 굴자.”
어머니는 에밀리를 제압했고, 결국 차는 떠났다. 내 정체가 들통난 듯한 기분에 너무 놀라 덤불에서 나오자마자 무작정 달렸다. 길고 긴 주차장을 지나 우거진 숲으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고, 사람들이 없는 할렘가 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참으로 황량했다. 나무 판자로 덮인 창문들, 거리를 걷는 사람 하나 없는 폐허 같았다. 나는 혹시 모를 총상을 대비해 가방을 몸에 묶어 배 앞에 두고 걸었다. 마치 임신한 여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행히 태양은 내 앞길을 막지 않았고, 서글픈 길목들을 지나가게 해주었다. 그때 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흑인이었고, 나와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였다. 옷차림은 가을인데도 너무 허름하고 가벼워 보였다. 나를 보며 씩 웃더니 말했다.
"너 누구야? 여기서 뭐 하고 다녀?"
“미안, 일부러 온 건 아니야. 곧 지나갈게.”
“배 속에 뭐 숨겼어? 돈이지?”
“아니야, 내 옷 넣은 것뿐이야.”
“거짓말하지 마. 1달러라도 나오면 우리 형제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난 그냥 지나가려는 거야. 안전하게 가게 해줘.”
“안전하게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야 해. 그러면 숲 속으로 안전하게 인도해줄 테니.”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통행세를 내면 비상금 500달러가 사라질 텐데, 굶어 죽거나 총에 맞아 죽는 것 둘 중 하나라는 생각에 그저 잘 보여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난 에어야. 집 나온 지 5시간 됐어. 그러니 나에게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 나는 그저 지나가려는 거야. 다른 주로 걸어서 가거나 할 생각이야.”
나는 간절히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비웃듯 말했다.
“그럼 마약상이라도 해서 돈 벌어야지. 그렇게 순진하게 나온 거야? 따라와. 여기서 안전하게 나가려면 통행세든 마약이든 하나는 해야 할 테니까.”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지만, 덤프트럭 소리와 총소리가 들리며 긴장감이 배가되었다. 나는 그에게 알겠다고 말했다.
“그래, 순진하게 나온 것 같아. 너를 따를게. 어차피 나에게는 자유도 죽음도 없으니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소년은 총을 들이밀며 “가까이 오지 마”라고 했다. 죽음이 다가와도 무섭지 않았다. 죽는다면 오늘이 마지막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몸이 여기서 사라진다면, 500달러와 아버지의 스웨터 사이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덤프트럭에 대고 아프리카어를 외쳤고, 곧 덤프트럭이 우리 쪽으로 왔다. 세 명의 거대한 남자가 내 앞에 섰다. 금발의 17세 소녀인 내가 얼마나 연약해 보였을까. 덩치 큰 이들과 소년이 이야기를 나누자 금니 세 개를 가진 남자가 나를 향해 말했다.
“현금은 안 건드릴 테니, 마약상을 잠깐 해주면 우리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줄게.”
“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덤프트럭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