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의 길을 걷게 되는데, 그게 강제인제 반강제인지 모르겠다.
덤프트럭에 오르니 두 명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아까 나왔던 형제들 중 두 명으로, 운전석과 그 가운데 자리에 딱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짧은 바지를 입고 헐렁한, 하얗게 물든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가운데 앉은 사람은 덩치가 큰 것이 아니라 다리가 길고 가늘어 좁은 자리에도 편히 앉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크흠 거리며 헛기침을 하자마자 나는 이들이 지금 마약한 상태임을 알았다. 그들이 어떤 종류의 마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슴슴한 냄새가 풍겼고, 그 안에 예전에 맡았던 대마초 냄새가 섞여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내 배를 힘껏 안은 채 앉았다. 그리고 트럭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는데, 이상하게 빨리 출발하지 않았다.
"조니, 언제 갈 거야?"
"에릭, 기다려 봐. 여자애가 겁먹었잖아. 조금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은데?"
조니는 자신의 오른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팔에는 주삿자국이 온데간데 남아 있고, 핏방울이 자국 내에 맺혀 있었다. 나는 이런 두려운 차에 탔다는 것에, 아까 사지 못한 총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털코트를 바짝 당겨 입으며, 내 팔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약도 종류가 있는데,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주사 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니가 주사 방식의 액상 마약을 주입하고 운전까지 하다니,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머리에 총 맞기 싫은 두려움에, 쇠사슬에 묶인 양 가만히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오늘 죽어도 상관없고, 시체가 불태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이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자 본능적으로 식은땀이 났다. 죽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고, 에릭은 조니를 동조하며 웃었다. 하지만 조니는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에릭, 여자애가 완전 냉골이 된 것 같은데?"
에릭은 나를 툭툭 쳤다. 칠 때마다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정신을 바짝 차리느라 애썼다.
"걱정하지 마, 촌년아. 너 우리가 널 죽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오늘 총도 없어. 걱정하지 마."
에릭이 내 손을 잡아주며 차가운 기운을 녹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덤프트럭 뒤에 올라탔다.
"조니 형, 쟤 놀리지 마. 쟤 가출한 애래. 안 그래도 겁먹었을 거야. 며칠만 데리고 거래에 이용하고,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자. 우리가 그 정도 의리는 있잖아?"
"닥쳐, 지이레. 너 명령대로 우리가 하지는 않는 거 알잖아."
"하지만 조니, 얘 나랑 동갑인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자."
"얘 하는 일 보고 결정해."
에릭은 계속해서 내 손을 잡아주며 웃었다. 그의 입에는 황금니가 빛났다. 그저 멋으로 낀 장치였던 것이다. 완전한 깡패 조직은 아닌 것을 알았다. 그제야 조금 안심하고 숨을 쉴 수 있었다.
"우리 집으로 우선 가자."
조니가 트럭을 몰자 거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트럭은 폐가 같은 집들을 지나쳤고, 약 10~20분 정도는 걸린 거리였다. 트럭에서 쇠 냄새가 풍겼고, 그 속에 있는 버블헤드가 계속 흔들리며 하와이춤을 추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최신 음악이 번갈아 나왔고, 에릭은 흥얼거리며 발장구를 쳤다. 뒤에서는 지이레가 흙먼지가 날리는 밖을 구경하고 있었고, 작은 소총을 손에 들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듯 보였다.
타이어 펑크를 대비해 트럭 뒤에는 타이어들이 쌓여 요새처럼 쳐 있었다. 정말 걷기 무서운 동네임이 느껴졌다. 나는 에릭이 팔꿈치로 내 가슴을 밀어붙이는 것을 느꼈다. 에릭은 그것을 즐기는 듯했다. 덤프트럭이 언덕에 올라갔다가 내려갈 때마다 그는 질끈 웃었다. 나는 그의 행위에 역겨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선택지는 이제 매춘, 마약상, 범죄뿐인 것처럼 보였다. 한때 통통했던 가슴살은 말라 없어졌지만, 남자들은 여전히 해벌쭉거리며 좋아했다. 정말 괴로웠다.
20분쯤 지나 차에서 내린 것 같았다. 10분이라고 하기엔 너무 길었고, 30분이라고 하기엔 동네가 워낙 넓어 새 타운이 보였을 것이다. 그들의 집은 허름한 나무 판자로 지은 직사각형 집이었다. 단조롭고 간단했다. 일부러 하려다 만 듯 노란색 칠이 되어 있었고, 창문은 가려져 있었다. 바닥에 질질 끌리며 나는 덤프트럭에서 나왔다. 에릭도 내 쪽으로 나왔다. 운전석에 있던 조니는 시간을 끌며 문을 열었고, 그 안에는 마약 냄새가 가득했다. 안에서 그들의 어머니 같은 여자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픽 웃었고, 입을 열지 않은 채로 손짓했다. 포로를 끌어온 듯한 태도였다. 통성명도 없이 나는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왼쪽 끝 방으로 들어가니 에릭의 방이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방에는 수많은 누드 사진과 여자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어린 동생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버즈 라이트이어와 카우보이 우디 장난감이었다. 역력히 두려웠다. 에릭은 그런 동생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아티카, 그레이, 잘 있었어?"
"응, 카우보이가 오늘 이겼어. 우리 집을 보호해줄 거야."
여자아이는 웃으며 카우보이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러더니 카우보이의 모자를 뺐다 다시 씌우며 자기도 모자를 갖고 싶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아티카, 달링, 오늘은 모자가 없어. 야구 모자는 있는데 그거 오빠가 빌려줄게."
조니는 어딘가 갔다 오더니 메츠 모자를 가지고 와서 아티카에게 씌워주었다. 이제야 동등한 위치에 앉게 되자 티타임 소꿉놀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에릭은 내 손을 잡고 왼쪽에서 두 번째 방으로 나를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