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는 점잖게 앉았다. 차분한 척을 무척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 흑인들의 소굴에 들어와 그들이 흡입하는 마리화나 이외의 마약들이 널부러져 있는 소파와 방바닥을 보자마자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의미에서 에릭이 제일 싫었다. 그는 툭하면 내 손을 잡고 안내해 주었고, 안심하라고 계속해서 친절과 호의를 베풀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했다. 나는 결국 그들이 끌고 가는 방, 즉 왼쪽에서 두번째 방에 도착하자마자 지시에 따라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아까 만난 아티카가 흥분하는 소리가 복도에서 우렁차게 들렸다. 그녀는 아마 모자 모자에 대한 예찬으로 복도가 울리고 있었다. 그러다 치아레가 내 앞에 오더니 벽을 보라고 지시했다.
벽에는 미주를 그린 지도가 있었다. 그 옆, 오른쪽 벽에는 간이 침대가 있었고, 텍사스 지도가 크게 붙어 있었다. 간이 침대 위에는 간단한 이불이 널부러져 있었고, 빨간색 펜이 있어 텍사스 지도에 표시하기 위함 같았다. 텍사스 지도는 어지럽게 동선을 그려 놓았고, 동그라미와 엑스표가 수십 개씩 그려져 있었다. 아마 발각된 곳은 엑스표, 자신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동그라미로 표시한 것 같았다.
지아레는 간이 침대에 앉더니 무심하게 나를 훑어보고 말했다.
"너, 수중에 있는 돈 그렇게 들고 다니다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빼앗기고 말 거야. 그나마 우리가 양심적이라 너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지. 진짜야. 우리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고."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총 안 맞았으니까 그 정도 말은 믿어 줄게. 하지만 그다음은? 과연 너의 형제분들이 나를 오클라호마까지 데려다줄까?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하하. 너가 오클라호마를 가고 싶어했는지는 몰랐네. 그래 너말대로 바래다주지 않더라도, 안전만큼은 보장해 줄게. 어때? 그리고 너의 식사와 잠 잘 곳도 당분간 도와주면서 지내도록 하면 너가 얻어가는 것이 많을거라고 봐. 그것만 해도 우리가 너한테 200불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어떻게든 너가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할거야. 너가 특히 원하는 안전만큼은 우리가 목숨을 걸어서 지켜줄게. 상황이 좋아지면 너가 원하는 오클라호마로 가게 해줄게. 먹여주고 재워 줄 거야. 당분간은. 그래도 싫어?"
지아레는 몸을 앞으로 굽히며 강조했다.
"텍사스 땅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는 야생동물이 날뛰다 사람을 잡아먹기도 해."
나의 안전은 계속 이 집에서부터 발생될 것이며, 나에게 선택 같은 강요를 했다. 결국 이곳으로 끌려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죽음 아니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하필 길치였다. 만약에 내가 아까 애밀리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그쪽으로 달려갔더라면 어땠을까? 안전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긴 했어도 죽음을 맛볼 순간 또한 사라졌겠지. 나의 자살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지 못하고 다시 불안함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도 나는 맛있는 에밀리네 집 쿠키가 생각나고, 아까 에밀리 어머니의 차를 탔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말수가 적어지고 계속 바닥을 쳐다보자, 지아레는 박수를 쳤고 애릭은 경직된 표정으로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네가 승낙할 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여기는 마약 소굴처럼 운영되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데, 너도 마약하러 왔다고 하면 경찰은 널 체포해 청소년 교도소에 넣겠지. 거기서 10년에서 20년형을 받는 것보다 낫지 않아?"
지아레는 점점 험악해졌다. 이 방의 문이 닫히자 조니가 들어왔다. 에릭은 나를 바라볼 때마다 웃었는데, 그 웃음이 약에 취해 웃는 건지 상황이 우스워서인지 분간이 안 됐다. 하지만 지아레가 말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덜덜 떨며 분홍색 가방의 지퍼를 풀어 100달러의 지폐 2장을 꺼냈다. 꺼내면서 가방안에 내 속옷이 떨어졌다. 며칠동안 입을 옷과 메모할만한 펜과 종이.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나는 놀라서 언른 주어서 다시 가방에 넣으려고 했는데 애릭이 나를 잡아 멈췄다. 그는 천천히 내 속옷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만 살피더니
"a컵인데 튼실한 a컵이네. 한번 살이 쩠다가 빠진 모양새인가봐? 그래도 내가 이 브라만 봐도 알지."
변태나 다름 없었다. 그는 그리고 훗 웃으면서 예쁘게 잘 개어서 내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 사이에 나는 떨어진 팬과 메모지를 넣었다. 메모지는 그래도 상당히 양이 많아서 잘 구겨지지 않게 탁탁 털고 넣었다. 지아레는 내가 준 200달러를 그의 청바지 안에 넣고 활짝 웃었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내. 걱정 마, 우리는 그런 데 관심 없어. 네가 운반책이 되기만 하면 돼. 하루에 세 번 정도 백인들이 사는 타운에 나가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올 거야. 그때마다 주는 물건이 있을거야. 그거를 그들한테를 던져 주면 돼."
조니가 말했다. 그는 앞니에 황금니를 박고 있었고, 그릴도 하고 있었다. 조니는 천천히 방 안에 걸린 포스터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있는 방안에는 포스터들은 대부분 옛 영화와 요즘 유행하는 가수들, 그리고 기이하게도 케이팝 그룹의 포스터였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 아까 봤던 방에 화장실 있으니 씻고 와. 내일부터 우린 움직인다. 너는 앞으로 사흘정도 여기서 지내면 될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안전하게 오클라호마로 보내줄게. 그리고 쓸데없는 생각으로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 방에 있는 물건을 함부로 꺼내려고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차피 여기 안에 주사기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뭐 최대한 위생관념을 생각해서라도 안 만지는 것이 좋지."
"오늘은 이제 늦었으니 씻고 자. 애들이랑은 말 섞지 말고."
에릭이 책상을 두드리며 경고했다. 그가 내 팔을 끌어 문을 열고 왼쪽 끝방에 있는 화장실로 안내했다. 나는 가고 싶지 않은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양치를 했다. 하루만에 이렇게 수척해질 수가 없었다. 제대로 먹은 음식이 없었던지라 얼굴은 말랐다. 가방도 같이 챙겨서 다행히 입을 옷도 있었고 간단히 목욕재계를 할 수 있었다. 15분안에 끝내고 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조니와 애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혹시나 내가 화장실에 있는 작은 틈으로 나갈까봐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말라야 그 틈으로 나갈 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이미 200불이나 냈는데 왜 도망을 치겠는가. 이미 약속을 한 사이인데도 다들 믿음이 없는 상태였다.
조니는 그릴이 보이게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안내했다기보다는 강제로 이동 시켰다. 애릭의 방을 나가려고 하자 아티카와 옆에 있는 더 작은 남아는 분위기를 감지한 듯 조용히 있었다. 아티카는 내게 웃으며 물었다.
"언니 이름은 뭐예요?"
"아티카야, 저 사람 이름은 에어. 근데 우린 바비로 부를거야."
조니가 그렇게 대답하고 나를 재촉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아까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지아레가 상냥하게 말했다.
"간이 침대는 네 거야. 최대한 구경만 하고 좋은 저녁 보내."
그렇게 말하고 문을 잠그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