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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중독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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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Nov 08. 2024

집 나가고 3편

소설 

나는 점잖게 보이고 차분한 척을 무척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 흑인들의 소굴에 들어와 그들이 흡입하는 마리화나 이외의 마약들이 널부러져 있는 소파와 방바닥을 보자마자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의미에서 에릭이 제일 싫었다. 그는 툭하면 내 손을 잡고 안내해 주었고, 안심하라고 계속해서 친절과 호의를 베풀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했다. 나는 결국 그들이 끌고 가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지시에 따라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아까 만난 아티카의 흥분한 모자사랑이 이 복도에 울리고 있었다. 그러다 치아레가 내 앞에 오더니 벽을 보라고 지시했다.

벽에는 미주를 그린 지도가 있었다. 그 옆, 오른쪽 벽에는 간이 침대가 있었고, 텍사스 지도가 크게 붙어 있었다. 간이 침대 위에는 간단한 이불이 널부러져 있었고, 빨간색 펜이 있어 텍사스 지도에 표시하기 위함 같았다. 텍사스 지도는 어지럽게 동선을 그려 놓았고, 동그라미와 엑스표가 수십 개씩 그려져 있었다. 아마 발각된 곳은 엑스표, 자신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동그라미로 표시한 것 같았다.

지아레는 간이 침대에 앉더니 무심하게 나를 훑어보고 말했다.

"너, 수중에 있는 돈 그렇게 들고 다니다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빼앗기고 말 거야. 그나마 우리가 양심적이라 너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지. 진짜야. 우리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고."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총 안 맞았으니까 그 정도 말은 믿어 줄게. 하지만 그다음은? 과연 너의 형제분들이 나를 안전한 국경선까지 데려다줄까?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하하. 우리가 너를 국경까지는 바래다주지 않더라도, 안전만큼은 보장해 줄게. 어때? 그것만 해도 우리가 너한테 200불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안전도 챙겨 주고, 무엇보다 죽임당하지 않고. 안전한 장소의 길도 알려 줄 테니까. 먹여주고 재워 줄 거야. 당분간은. 그래도 싫어?"

지아레는 몸을 앞으로 굽히며 강조했다.

"텍사스 땅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는 야생동물이 날뛰다 사람을 잡아먹기도 해."

나의 안전은 계속 이 집에서부터 발생될 것이며, 나에게 선택 같은 강요를 했다. 결국 이곳으로 끌려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죽음 아니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하필 길치이고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지역에 들어와 할렘 쪽으로 오게 된 것을 책망하게 되었다. 맛있는 에밀리네 집 쿠키가 생각나고, 아까 에밀리 어머니의 차를 탔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말수가 적어지고 계속 바닥을 쳐다보자, 지아레는 박수를 쳤고 에릭은 경직된 표정으로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네가 승낙할 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여기는 마약 소굴처럼 운영되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데, 너도 마약하러 왔다고 하면 경찰은 널 체포해 청소년 교도소에 넣겠지. 거기서 10년에서 20년형을 받는 것보다 낫지 않아?"

지아레는 점점 험악해졌다. 이 방의 문이 닫히자 조니가 들어왔다. 에릭은 나를 바라볼 때마다 웃었는데, 그 웃음이 약에 취해 웃는 건지 상황이 우스워서인지 분간이 안 됐다. 하지만 지아레가 말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덜덜 떨며 청바지 단추를 풀어 지폐를 꺼냈다. 그러자 옷 속에 넣어 두었던 것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입을 옷과 지갑, 일기장이 바닥에 흩어졌다. 지갑이 떨어지자 나는 주우려 했으나, 에릭이 나를 잡아 멈췄다. 그 지갑은 두둑해 보이지 않았다. 지아레는 그것을 집어 들고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안 되는 돈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너, 마돈나처럼 할리우드 갈 생각인가 보다. 하지만 요즘은 낭만도 없는 시대야. 그러니 200불은 내가 가져갈게. 그래도 양심적이라고 했지?"

지아레는 100불짜리 지폐 두 장을 접어 뒷청바지에 넣었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내. 걱정 마, 우리는 그런 데 관심 없어. 네가 운반책이 되기만 하면 돼. 하루에 세 번 정도 백인들이 사는 타운에 나가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올 거야. 그때 이 작은 런치박스를 던져 주면 돼."

조니가 말했다. 그는 앞니에 황금니를 박고 있었고, 그릴을 하고 있었다. 조니는 천천히 방 안에 걸린 포스터들을 보며 말했다. 포스터들은 대부분 옛 영화와 요즘 유행하는 가수들, 그리고 기이하게도 케이팝 그룹의 포스터였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 아까 봤던 방에 화장실 있으니 씻고 와. 내일부터 우린 움직인다. 너는 앞으로 사흘 동안 여기서 지낼 거야. 안전한 길을 보장해 줄 테니까 걱정 마."

"저는 오클라호마로 올라가고 싶어요."

"뉴멕시코가 아니라? 그래, 그러면 버스 정류소까지 데려다 줄게. 네가 거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 같아서."

"네."

"오늘은 이제 늦었으니 씻고 자. 애들이랑은 말 섞지 마."

에릭이 책상을 두드리며 경고했다. 그가 내 팔을 끌어 문을 열고 화장실로 안내했다. 나는 가고 싶지 않은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나왔다. 그들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아티카와 옆에 있는 사내아이는 분위기를 감지한 듯 조용히 있었다. 아티카는 내게 웃으며 물었다.

"언니 이름은 뭐예요?"

"아티카야, 저 사람 이름은 바비."

조니가 그렇게 대답하고 나를 재촉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아까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샤워할 시간을 줄게. 오늘은 그냥 자."

지아레가 상냥하게 말했다.

"간이 침대는 네 거야. 최대한 구경만 하고 좋은 저녁 보내."

그렇게 말하고 문을 잠그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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