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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중독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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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Nov 14. 2024

마약밀매 시작 2편

이젠 천천히 걸었다. 사실 그렇게 해야 우체통의 그림이 슬쩍이나마 보이기 때문이었다. 대놓고 꿀벌 표시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하단에 그려져 있기도 했고 측면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바퀴벌레처럼 그려져 있기도 했다. 이 동네가 어느 동네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산층 동네인 것은 확실했다. 잔디는 깔려 있었지만 말라 있었고, 넉넉한 형편의 사람들이 마중 나오는 모습은 없었다. 나는 몇 군데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애릭의 허락을 받고 우체통에 콜라캔을 넣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금방 가방 안에 있던 콜라가 떨어져 덤프트럭에 탔다. 그럴 때마다 다시 주어지는 작은 가방. 이번에는 크로스바디 형식의 가방이었다. 그리고 운반은 계속되었다.

어느 집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미 현관에서부터 마약 냄새가 가득 피어났다. 그들은 대담하게 마약 쿠키를 쥐여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34번 집에서 50번 집까지 마약 밀매를 끝냈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말이다. 어린아이다 보니 더더욱 수상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동네가 모두 백인들만 사는 곳이라, 흑인이 돌아다니며 음료를 나눠주는 모습이 더더욱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전달했을지 궁금해졌지만, 사실 그걸 굳이 내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바비, 잘했어. 다음 동네로 가자. 이번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애릭이 나의 가방을 다시 가져가며 덤프트럭에 올라탔다. 나는 이번에 조수석에 앉게 되었지만, 거칠게 운전하는 조니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면서 햄버거 하나 먹고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맥도날드에 도착했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먹기로 했다. 차를 비우면 갑자기 수색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워낙 많은 양의 마약을 실고 있다 보니 차를 비우면 안 될 것 같았다. 조니는 강제로 빅맥 세 개를 시켰고, 나는 그걸 얻어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배가 차지 않았다. 허했다. 아침도 못 먹고 계속해서 소굴을 긴장한 채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이제 우리 이거 먹고 갈 건데, 차는 계속 드라이브해야 하니까 조니, 우선 운전해. 내가 먹고 나면 자리 바꿔줄게."

애릭은 빠르게 음식을 해치웠다. 약 3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러고는 서로 자리를 바꿔 운전했다. 나는 그때 조수석을 빼앗기고 결국 가운데 자리로 밀려 앉게 되었다. 조니의 덩치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니도 피곤했는지 천천히 먹었다. 애릭은 우리가 다음에 갈 동네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바비, 이번엔 네가 2블록만 하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여기는 가끔 경찰 단속이 있으니까, 마약견에 놀라지 말도록 해. 만약 그들이 너를 수색하려고 하면 순순히 따르도록 해.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든 도울 테니까, 반항하지 말고."

덜컥 겁이 났다. 이젠 실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중산층 동네라 그런지 괜찮아 보였는데 말이다. 마약 소굴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골목골목에 씻지 않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더럽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길바닥에는 대놓고 마약을 피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주사기로 마약을 주입하고, 넋을 놓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거품이 물린 채로 웃고 있었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환각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바비, 이제 내리도록 해. 2블록 앞에서 만날 거고, 우리가 옆에서 지켜볼 테니 나가도록 해. 아까처럼 같은 규칙이야. 잘해봐."

이번에는 왼쪽 귀에 에어팟을 끼고 걸었다. 나이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머리가 헝클어졌다. 그리고 덤프트럭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반대편에 경찰차가 있었다. 제기랄. 여기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지 궁금했다. 경찰은 내 행색을 보고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마약 소굴에 들어와 한 명씩 검거하고 있었기에 바빴다. 경찰차가 한 대 있었고, 1블록 뒤에는 큰 경찰 버스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이곳에 내려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냥 잡혀가라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그들은 나의 안전 따위는 걱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돌발 행동을 하면 애릭이 나를 총으로 쏠 것도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떠올랐다. 여기서 마약을 천천히 전달하다가 2블록 뒤에 안전하게 도망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행동할지, 아니면 긴급 중단을 외치고 덤프트럭에 다시 타야 할지 고민했다.

"애릭, 여기 지금 경찰차가 있는데도 가능해?"

"바비, 걱정하지 마. 최소 한 블록만이라도 하면 돼. 그다음엔 바통 터치해줄 테니까."

나는 다시 골목에 있는 집들을 둘러보며 마치 집을 사기 위해 온 사람처럼 구경했다. 천천히 걸어 다니며 우편함을 살폈다. 찾았다. 여기는 대놓고 비 스티커를 붙여 두고 있었다. 마치 연대한 주민들이 걸어 놓은 성조기 같았다.

"계세요?"

그러자 늙은 할머니가 나와서 화를 내며 말했다.

"지난주에 왔어야 하는 거 아니니? 지아레? 오늘은 많이 늦었구나."

그러면서 내 손에 들고 있던 캔을 확 낚아챘다. 그러자마자 뒤에서 경찰들이 나를 불렀다.

"잠시만요!"

경찰 두 명이 와서 나와 할머니를 붙잡고 심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땀이 많이 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뒤에서 총소리가 났다. 애릭이었다. 경찰들은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한 명은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아가씨, 가방에 뭐가 있는지 봐도 될까?"

"네, 살펴보세요."

하고 나는 가방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잽싸게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경찰이 내 가방 안을 보자, 찬찬히 살펴보더니 별말 없이 다시 넘겨주었다.

"그러면 콜라도 한 번 따보시죠, 할머님."

할머니가 망설이자 경찰이 위협적으로 다시 말했다.

"콜라 따보시죠. 혹시 모르니까요."

할머니는 이제 끝났다는 듯 콜라를 땄다. 콜라에서는 김이 팍 새면서 검은색 콜라물이 줄줄 나왔다. 그러자 경찰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우리 뒤를 돌아보며 총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바비, 우리 지금 한 바퀴 돌고 있으니까 너는 괜찮을 거야. 그러니 한 바퀴 돌면서 6번 빨간 지붕집 앞에서 만나자."

전화가 끊기자마자 할머니가 나를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너 이년, 나를 속이고 이게 뭐 하는 짓이니? 내가 너네한테 참으면서까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나? 이게 뭐니?"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가방 속을 보니 장난감, 볼펜, 노트, 그리고 여성들이 들고 다닐 만한 키체인 등이 있었다. 짐작한 대로 부풀어 있는 하트 키체인을 만져보니 가루가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녀 역시 잠잠해지며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이제 밖에서 언쟁을 벌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조금 더 있다가는 서로 더 의심받게 될 것이었다.

"그럼 잘 가보도록 해."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 6번 빨간 지붕집을 찾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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