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수필같은소설: 이립

by 후드 입은 코끼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의 청춘이 이제는 없어지는 듯한 마법에 걸린 듯 싶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그러다 다들 환홍성을 질렀다. 결국에는 나는 원치 않는 30살이 되었다. 19살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30살에도 질끈한 죄책감이 감기 걸린 마냥 아팠다. 가슴 통증이 심하게 있어서 술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독해서 헛기침을 하게 되었다. 30살이라면 이립의 시기인데 나는 과연 이립을 올해 안에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붉은색 풍선들이 온 곳에 널부러져있었다. 황금색 폭죽을 터뜨려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삿포로였다. 일부로 한국을 피해 떡국을 먹지 않으려고 일본으로 여행을 왔다. 사색을 위해서 혼자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새해는 잔소리만 들을 것이 뻔했어서 도망쳤다. 그리고 이 자리 빨간색 등들이 가득한 술집에 앉아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위스키는 독해가지고 홀짝거리면서 소금을 한 꼬집 찝어서 먹어도 30살이 넘어갔다는 사실만으로 맛이 없었다. 나는 이젠 젊은 기간이 다 지나갔다. 이제 어디가서 신나게 클럽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한심하게 보이는 사람으로 취급당할 게 뻔하고. 무엇보다 이젠 뺀찌 먹어서 가로막힌다. 예전에 그렇게 많이 갔던 클럽도 재미가 없어지고 이태원에 있는 바에 가서 노는 것도 나이 먹어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주책을 벌이는 일이지 않을까? 20대 중반이 노래 들으러 왔다면서 핫하기 핫한 옷을 입고 어울리는데, 나는 이젠 청바지에 흰티만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화려하게 꾸밀수록 나이가 들어서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심플하게 입고 세련되게 놀아야 인간미 있다고 생각이 드는 나이다. 연애도 결혼도 이젠 고민을 제대로 해야할 때다. 여태까지 미뤄오면서 사랑은 불장난처럼 놀았다. 이여자 저여자 만나면서 좋다고 했지만 이젠 궁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면 내 평생 같이 할 사람인지도 고민해야할 시기도 왔다. 물론 미뤄도 된다. 그러면 이젠 40, 50대에 늙어서 이젠 짝도 다 사라질 때에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부지런히 찾아나서야한다. 어쩌면 인연이 가까울 수도 있지만 모르지. 이렇게 또 시간이 허투로 보내다가 이립도 아닌 부모님 옆에서 살지 않을까도 싶다. 그것도 그냥 내 팔자려니 생각하면서 살면 또 괜찮다. 위스키를 입술 안으로 넣어본다. 따갑다. 이제 나의 결론은 무엇인든지 간에 진지하게 임해야하는 나이라는 것이다.


진지하면 뭐하나.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인거 아닐까 싶다가도. 오히려 내가 원하는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내가 커리어로 따졌을 때 최대한 일하고 운동해서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나이다. 내가 창업을 해도 늦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성숙하다고 말하기에는 아쉽지만 그래도 어리숙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나이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망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이라고 보면 재미있는 시기다. 그냥 그렇게 마음먹고 사람을 찾고 자축을 하면서 30대에 당당히 입성해야겠다. 그리고 또 모른다. 한해 한해 재미지게 보내다보면 내가 원하는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급작스러운 긍정적인 회로가 돌아가자 바에 있는 사람들이랑 일본어로 서로의 한해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모든 사람들의 손을 잡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외치면서 진정으로 축하해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웃음을 띄면서 같이 안아주기도 하고 축하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게 축하해주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인사를 해줬다. 그래도 그것이 어디인가. 이젠 나는 30이니 뭐든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해야겠다.


호텔방에 들어가니 엉망인 침대와 망가져있는 케리어가 떡하니 반겨주고 있었다. 그 동안 못해본 것들이 뭐가 있을까 하면서 새해인만큼 뭐라도 적어놔야겠다는 생각에 일기장일 펼쳤다. 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하고 싶었던 여행계획과 주식계획 등을 적어놓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립을 축하하며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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