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 수술을 간단하게 꼬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에밀리의 어머니가 자주 나를 면회 신청하셨다. 나의 자라는 머리카락을 보시면서 위로가 되는 듯싶었다. 그러면서 나의 20년형을 안타까워했다.
“에어, 너는 절대적으로 상황에 의해서 그런 것인 것을 이 아줌마가 알고 있단다. 하느님은 너를 사랑하시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내가 자주 찾으러 오마. 그 안에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러니 편히 지냈으면 좋겠구나.”
나는 에밀리의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듣는 레퍼토리는 결국 자신을 위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에밀리 어머니 또한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괴로웠다. 불려갈 때마다 나를 위한 말이 아닌 자신의 말들로 가득한 면회를 더 이상 가기 싫다고 말도 했지만, 나의 말은 거들어 보지도 않고 나를 상담실에 넣었다. 나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CCTV로 모든 것이 감시되고 녹화되는 것들이었기에 아주머니의 말씀들이 상냥했고 다정했기에 내가 난동을 부리면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 맞았다. 물론 지금도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긴 하지만 말이다. 독방 신세에 가두어져서 햇빛도 없는 세상. 그곳에서 평화를 자주 얻는 편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독방에 들어가려고 난리를 쳤지만, 나중에는 의사들의 판단하에서 절대로 독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들은 나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사람을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아무리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워도 괴로웠다. 머릿속에 있는 검은색 악마들이 계속해서 속삭였다. 자살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실행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온몸에서 음식을 거부하고 뱉어내기 일쑤였다. 계속해서 살이 빠지고 사람들은 나의 몰골이 뉴스에서 보도되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청소년기에 감옥은 가혹하다면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도 올라오기도 했다. 그걸 알게 된 사실은 병원 앞에서 나를 위한 피켓 시위를 통해서였다. 나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망상들을 다 멈추고 싶었다. 나는 그저 죽고 싶어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니 나를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갇힌 병동, 흰색 벽돌로 된 난간과 벽. 절대로 깨부술 수 없는 장소였다.
몇 달이 지나자 에밀리를 다시 만났다. 에밀리는 건강해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나를 보고 화를 내지 않았다.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건 살벌한 간호 경비 때문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에밀리 역시 에밀리 어머니와 계속해서 면회를 했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에밀리한테 사과를 받고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밀리의 건강이 어떻게 악화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에밀리는 나를 곁눈질로 항상 쳐다보았고 나도 되받아쳤다. 나는 쇠약해져서 부축 없이는 걷기 힘든 지경이 되자 에밀리가 한 번 말을 걸었다.
“너는 왜 너 자신을 안달복달하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운동 시간에 훅하고 말을 걸었다. 그 시간이 가장 경비가 살벌했던 시기였다. 조깅하라고 일부러 햇빛을 쐬라고 만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에밀리는 그 시간에 나에게 다가와서 침을 뱉으면서 말했다.
“나는 죽으려고 그래.”
나는 내 팔의 자해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상상 속에 자해들이었다. 이곳에서는 칼과 연필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보여줘도 무색할 정도로 민망했다. 하지만 내 몰골이 그래도 증명하듯이 이상했기에 그걸로 웃었다.
“너는 너 자신을......”
“그래, 나는 죽을 거야. 너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떨어져서 죽고 싶어. 됐어? 그러니 나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
에밀리는 그 말을 듣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운동장을 한 바퀴 달렸다.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내 왼팔에 맞고 있는 수액을 보았다. 영양제 위주로 된 수액들이었다. 워낙 먹지를 않으니 병원에서 팔에 꽂아준 음식이었다. 계속해서 화장실을 가게 만들었다. 내가 강제로 몇 번 뽑으니까 감염될까 봐 걱정한다고 간호사 한 명이 꼭 나를 따라다녔다.
며칠 뒤 에밀리는 다시 나에게 찾아왔다.
“에어, 너의 죽음을 동조하고 싶어. 그러니 나는 죽기 싫으니 나를 살려줘. 너의 목숨을 나한테 줬으면 좋겠어.”
에밀리의 말이 어순이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간호사들이 그 말을 듣고 에밀리를 다시 나에게서 떨어뜨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에밀리의 강인한 두 다리는 풀리지 않았다.
“에어! 너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어! 그리고 바라보고 싶어! 너의 죽음을 축하해 주고 싶어!”
하면서 악랄한 외침을 계속해댔다. 그리고 사이코같이 웃어주었다. 그 말이 위로가 되는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
에밀리는 더 이상 다정하지 않았다. 가식적으로나마 인기가 많은 나를 부러워하는 듯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쫓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듯했다. 에밀리는 나의 고통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에밀리는 그런 발버둥을 치다 보면 어느새 안정제를 맞게 되는데, 그것에 중독된 듯 헤헤거리면서 웃으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어느새 에밀리는 안정제를 위해 일부러 떼쓰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점심시간만 되면 식판을 엎는가 하면 결국 운동 클래스가 진행되지 않아서 안정제 투입을 계속해서 실시했다. 에밀리는 흐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죽음이여.....”
하면서 그녀는 계속 같은 말을 읊조렸다. 에밀리의 상태는 심각해져서 독방 신세가 되어 버렸고 정신병원은 한동안 잠잠했다.
나는 계속해서 수많은 약물을 먹고 운동하다 보니 건강을 되찾는 듯싶었다. 더 이상 자해하는 환각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습관 같은 지경에 이르렀기에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를 돌봐주던 아줌마들이 나를 보러 면회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에밀리의 어머니였지만 그다음에는 한나의 어머니도 찾아왔다. 한나도 같이 와서 나를 보았다.
“에어! 반가워. 너무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어.”
한나는 나의 손을 잡으려고 뻗었지만 나는 그 면회 때만큼은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면회를 하고 있기에 손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손을 붙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한나는 당황했지만 한나의 어머니가 당연하다는 듯이 한나의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에어, 너의 아버지가 많이 걱정하신단다. 매일같이 너를 기다리고 계셔. 그러니 조금만 참자구나. 아픈 곳은 이제 좀 덜하니?”
“아버지요? 아버지는 절 혐오하기 모자라 저를 죽이고 싶어하는 분이세요. 저를 기다린다는 것은 직접 죽이고 싶어서일 거예요.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가끔 들려요.”
나는 똑똑히 얼굴을 쳐다보면서, 특히 눈을 응시하고 말했다. 한나의 어머니는 매우 놀란 듯이 기침하셨다. 그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면회를 종료하겠다면서 인사하고 나가셨다. 한나는 조금 더 있어 보이는 듯싶었지만, 등 떠밀려서 한나도 어머니랑 같이 나오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친구 델도 왔다. 델은 혼자 와서 면회를 신청했다. 대신에 옆에 간호사들이 옆에 있는 조건으로, 우리의 모든 내용을 듣는 전제하에 면회가 시작되었다. 델과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편했는데 면회 시간도 그랬다. 짧은 20분이었지만 델은 바깥세상이 아직도 어지럽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너 역시 그 고통을 몸소 체험하니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울었다. 델의 눈물은 진심이었다. 진심을 담아내기에 내 그릇이 작아 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어려웠다. 델은 꾸역꾸역 나에게 편지를 낭독해주었고 시도 담아서 써주었다. 내가 힘들 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은 시라면서 적어주었다. 간호사들은 시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의 침실에 가져다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첫 선물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선물이었다. 델을 안아주고 싶었지만 묶여있는 탓에 델에게 약속의 말을 건넸다.
“델, 나는 널 언제나 사랑할 것이야.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
“에어, 나도 이하동문이야. 언제나 너를 위해 기도하면서 살고 있을게.”
델은 굵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것이 셔츠 위로 떨어졌는데 그 눈물을 담아서 내 기념품으로 삼고 싶었다. 델은 20분이 지나자 호출당해 나갔다. 델이 나간 이후 계속해서 나는 상담실에 앉아서 여운을 정리했다.
이외에도 잭슨과 미셸도 놀러 왔다.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와서 5명에서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음식을 해오셔서 맛있는 감자 샐러드를 해주셨다. 잠시 동안은 감자 샐러드를 맛볼 수 있게 수갑을 잠깐 치워주고 나는 음식을 먹었다. 나의 얌전한 면회 시간들 덕분에 간호사들과 관찰자들이 나를 믿고 5분간 풀어준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에서 나는 곧 탈출이 임박했음을 느꼈다. 싸늘한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후렴구마냥. 나는 곧 이 지점에서 바깥 공기를 맡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다.
며칠 뒤 나는 이제 더 이상 면회를 받지 않았다. 면회보다 나의 행실과 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환각과 환청을 치료하는 데 전념하자 나의 몸무게도 4kg 늘면서 다시 건강해졌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 이젠 남자아이의 숏컷 정도 되는 금발이 되었다. 그러자 정신병원에서 이제는 다시 수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나의 이동 날이 결정되었다. 그날 나는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