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기 시작하자, 병원 측에서는 완치 판정을 다급하게 하려 했다. 내가 비록 약을 더 먹고 치료가 꾸준히 필요한 상태임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흉악범으로 생각하고 있는 병원은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어 달 정도 지켜본 다음에 나를 감옥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 소식을 듣고 그날 잠을 자지 못했다. 감옥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젠 희망이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기서라면 일반인들과 뒤섞여 있어서 혹시 모를 약물 중독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경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출을 도모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아프다는 생각에 자칫 잘못하다가 탈옥을 실패하면 심각한 수준의 형량을 더 받아, 이젠 세상을 나올 때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조금의 환청과 환각이 사라진 지금. 지금이 때였다.
마침 에밀리와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에밀리한테 다가가서 속삭여서 나의 탈출을 도우면 그녀가 원하는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기브 앤 테이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에밀리의 어머니도 나를 가엾게 봐서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에밀리를 중간 내통자로 사용하면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계속해서 면회 오는 사람들한테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작은 구슬을 달라고 말했다. 감시원한테도 목걸이용 구슬이니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정부에서 허락을 받은 이후에 하나둘 씩 모을 수 있었다. 구슬은 둥글고다가 깨지기 어렵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깨지는 파동의 소리가 커서 금방 잡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 어머니 이외에도 한나, 델, 오리아나와 미셀, 잭슨의 어머니한테 작은 구슬들을 받아냈다. 구슬의 모양이 제각각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나는 밤이 되면 그 구슬을 반으로 자르기 위해 날카로운 무언가를 찾느라 애를 썼다. 일부러 경첩도 그리고 문짝도 둥글게 만들어서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한 정신병원이었다. 병원은 어떻게든 환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뭐든 수단을 썼다. 그들은 심지어 뾰족한 샤프도 쓰지 않았다. 자칫 잘못해서 빼앗기거나 잃어버리면 환자의 손에 들어가 자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검은색 사인펜으로 모든 차트를 작성했다. 찍찍 긋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밤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느냐 하면, 구슬치기를 독방에서 했다. 일부러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운 다음에 구슬들을 몰래 몸 구석구석 넣어놓았다. 처음에는 수색을 했지만 매일 밤마다 소란을 피우니 이젠 수색의 정도도 낮아졌다. 그들은 오히려 독방에서 자기 위한 쇼맨십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워낙 흉악범인지라 나이트타임 쉬프트인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그들은 순수히 나의 요구를 들어줬다. 나는 밤에 자지 않고 그 방 안에서 구슬들을 던지면서 반을 쪼개려고 노력했다. 반듯이 아니라 까끌까끌하게 깎이기를 바라면서 두 구슬들을 힘차게 구슬치기를 하면서 쪼개지기를 바랐다. 구슬들은 이리저리 튀면서 방바닥 사방에 굴러다녔다. 독방의 좋은 점은 그래도 방음이 된다는 것이었고 CCTV도 없다는 점이었다. 독방은 워낙 엄격하게 가두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달아놓지 않았다. 그리고 예산 부족이었나 보다. 이곳은 특이하게 CCTV의 수가 많지 않았다. 나는 몇 날 며칠을 구슬을 갈라보겠다고 난리를 쳤다. 새벽이 되면 그제서야 잠이 들어 3시간 정도의 수면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멍해지면서 결국 나의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구슬들을 다 버리고...... 아니 구슬을 집어삼켜서 목구멍이 막혀서 죽을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하기에는 구슬의 사이즈가 비즈 정도였기에 숨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잭슨을 만났다. 잭슨의 어머니도 잭슨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을 다닌다고 말했는데 결국에는 입원 수속을 밟은 것이었다. 잭슨은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자신의 친한 친구가 이곳에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에어. 너는 건강히 잘 지내지? 나도 그래!"
이것이 잭슨의 첫 마디였다.
이제 나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생겼다. 아니 있는 친구가 들어왔다. 그들을 구슬려서 나의 계획을 말할 때가 온 것 같다. 잭슨은 우선 나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병원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병원복을 우선 입기를 거부해서 병원복이 아닌 당분간은 사복을 입으면서 점차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잭슨, 너는 어디가 몸이 안 좋아?"
"나는 몸이 안 좋은 곳이 없어. 가끔 두통이 온다는 이유로 여기로 온 것 같은데...... 나는 괜찮아!"
근데 곧 잭슨의 병명을 알게 되었다. 잭슨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활기차다가도 갑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누워 있는 경우가 대반사였다. 그렇게 2주가 흘러가면서 나는 잭슨의 약물을 몰래 보았다. 알아보고 싶어도 간호실에는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잭슨의 약물과 에밀리의 약물, 그리고 내 것을 모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