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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2편

by 후드 입은 코끼리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알록달록하게 반짝이는 비즈들로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고, 나에게 의미가 많은 목걸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죽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 되어서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가장 큰 비즈인 화염 비즈가 있었다.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게 생겼지만, 자칫하면 목에 걸려서 질식사할 만큼 커서 이것 한 방으로 나는 죽음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측면에 넣어두었다. 죽기를 바라는 소녀에게는 죽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잭슨과 가장 친하게 지냈다. 잭슨은 우선 말이 통할 때를 노려서 일부러 접근했다. 잭슨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던 순간을 포착하면, 나는 다가가서 잭슨에게 무슨 일이 있냐면서 하루의 일과를 묻기도 하고, 하루는 잭슨이 먹는 약의 종류를 같이 세어보자고 하는 자극적인 실험까지도 했다. 그러면서 총 6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잭슨은 급격히 우울증으로 넘어갔다. 자신이 이렇게 아픈 사람인데 해맑게 밝은 척만 할 수 없다며 난동을 피우려고 했다. 나는 그때를 포착해서 몇 번이나 잭슨의 약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것을 내 소지품 가방에 모아두었다.

소지품 검사하는 날이 되기 전에 일이 시작되어야만 했다. 소지품 검사는 불시에 하지만 꼭 일주일에 한 번은 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모은 약들을 화장실 변기에 버리기에는 아까워서라도 다른 사람들의 약까지 손대면서 다 다양하게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잭슨은 우울증일 때 자신은 더 이상 약 먹기 싫다면서 나에게 솔직한 마음을 터놓았다. 그는 집에 가고 싶지, 더 이상 약에 의존하며 살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의 손톱으로 눈을 찌르려고 했다. 그러자 내가 잭슨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네가 집에 가고 싶으면 내가 너 집에 가게 도와줄게. 대신에 너도 나를 도와줘." "뭐라고? 어떻게 네가 날 도와주고 날 나가게 할 건데?" "다 방법이 있어. 나는 수호신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잭슨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에게는 파워가 있어, 에어. 너는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믿어. 너한테 뭘 도와주면 돼?" "네가 먹는 약 중에 먹기 싫은 색이나, 먹을 때마다 힘들게 만드는 것들 나한테 줘. 그리고 병원에 네가 아프다는 걸 심각하게 보여서 그 약들을 더 처방받게 해줘. 그걸 먹지 말고 나한테 다 넘겨줬으면 좋겠어. 특히 이번 주 안으로 거행될 거니까 네가 제대로 해줄수록 나는 유리해져." "알았어, 에어. 난 널 믿으니까." 그러면서 잭슨은 여러 색깔별로 있는 하루치 약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는 행동 개시를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주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우울증이 있거나 이 병원의 서비스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다음에 내가 계획을 거행할 날짜를 말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주 안에 모두를 탈출시켜 줄 테니 믿어달라고 하자, 그들이 줄 수 있는 모든 약들을 모아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 약들을 모아보니 이제 거의 이 병동에서 한두 명을 빼고는 모두에게 다시 나누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약들이 모였다. 그 약에 내 목걸이에 있는 비즈까지 합쳤다. 비즈들은 약을 먹다가 사래가 들릴 정도로 작고 위험했기에 카오스를 만들 준비는 끝났다고 보았다. 그리고 가장 큰 구슬인 화염 구슬은 항상 내 손에 쥐고 있었다.

날이 되었다. 약을 모은 지 약 3일 차 되는 날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이 있다면서 한 번 먹어보라고 했다. "준 약에 조금씩 맛을 첨가했다"고 말하자, 그들이 나는 간호사가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을 했냐고 묻기에 "먹어보고 나에게 후기를 알려주면 되지 않겠느냐"며 사기꾼 기질로 말을 꾸몄다. 그리고 "대신 11시 정각에 먹어달라"고 했다. 대부분은 알겠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조금 일찍 발각될 뻔했다.

10시 30분부터 사람들이 이상 행동을 시작했다. 목에 무언가가 걸렸다면서 화를 내기도 했고, 다 나 때문이라며 소동이 시작되었다. 간호사들은 긴급 사태를 선포하며 사람들을 구해내느라 고생했는데, 결국 목에 걸리는 약물과 맞지 않는 작은 구슬들 때문에 생사를 오가는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11시가 되자 대거 사람들이 앞선 상황과 마찬가지로 약효에 의해 환각을 보거나 급격히 수면이 오는 등 복작거렸다. 의사들도 투입되어 사태 진압을 시도했다. 그 틈에 나는 급히 병동복을 벗고 가운 하나를 집어 들고 나왔다. 그리고 잭슨을 진료하는 듯이 의사들 편에서 서 있었다. 그러자 잭슨이 히죽 웃으며 성공했다고 나지막하게 말했고, 나도 덩달아 좋아하며 잭슨을 데리고 응급실로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사태 진압에 정신이 팔려 있어 나를 막는 이는 없었다.

나는 그 긴 틈을 타 병동 폐쇄가 되기 전 잭슨을 장애인 휠체어에 태우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사이 병동은 셧다운되어 아무도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응급 병동에 있는 덕분에 잭슨에게 탈의실에서 옷 하나를 훔쳐 입으라고 말한 뒤, 우리는 서둘러 탈출을 감행했다.

그때였다.
"지금 정신병동에 환자 2명이 보이지 않는다. 수색해야 한다. 병동을 모두 철폐해야 하며 5분의 시간도 줄 수 없다."
결국 모든 출입이 폐쇄되었다. 우리는 폐쇄되기 직전 병원을 빠져나온 무리 중 하나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렇다고 기뻐하기는 이르렀다. 잭슨은 일반인 옷을 입었지만 나는 아직 병원의 수트를 입고 있어 곧 옷을 하나 얻거나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잭슨, 여기서부터 너랑 나는 찢어져야 할 거야. 나는 오클라호마로 갈 거거든. 그래도 그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 좀 차려야겠지만 말이야. 너는 나를 따라올 거니, 아니면 그냥 너 갈 길을 갈 거야?"
잭슨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웃으며 나를 따라오겠다고 했다. "구출의 구루"라며 나를 신격화해주었고, 나의 조수가 되겠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오클라호마로 가자고 말했다.
나는 기뻤다. 같이 갈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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